4대 금융, 3년 째 비은행 강화 '올스톱'…성장 기회 잃었다[금융권 M&A 시계제로]

입력 2023-12-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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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침체·부동산PF 부실 등 우려
'포트폴리오 확대' 고작 10건 중 1건
당국 상생금융·건전성 압박도 밞목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이 3년째 멈춰섰다. 보험사, 저축은행 등 시장에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추진 중이던 딜은 잇따라 무산됐고 산다는 곳은 없다. 2020년 푸르덴셜생명, 더케이손해보험 등 경영권이 넘어간 ‘빅딜’이 터진 이후 지난 3년간 주요 4대 금융지주에서 비은행 부문 경영권을 인수한 ‘온전한’ M&A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그동안 매년 신년사에서 비은행 M&A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의지를 드러냈지만 급격한 경제 환경 변화와 자본확충 강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실 리스크로 인해 신중한 기조로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의 지난 3년간(2021~2023년) 비은행 부문 업종의 중소형 기업 대상 M&A는 10건이었다. 대부분 추가 지분 인수를 통한 지배력 강화 차원의 딜로 금융 포트폴리오,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M&A는 올해 초 이뤄진 우리금융그룹의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가 유일하다.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다. 우리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인수를 타진했으나, 인수 비용을 두고 양측 간 시각차가 커 지난달 무산됐다. 하나금융그룹은 7월 KDB생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M&A가 성공리에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약 두 달간의 실사작업을 거친 하나금융은 “그룹의 보험업 강화 전략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포기했다. BNK금융그룹은 ABL생명 인수를 추진했다가 발을 빼 없던 일이 됐다. 한화그룹도 7월부터 계열사인 한화저축은행 매각을 추진, 몇몇 금융사와 협상에 나섰지만, 인수 가격에 대한 이견이 커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려는 곳들은 중도 포기하고 매수자는 실종되면서 새 주인을 기다리거나 매물로 거론되는 금융사는 10여 곳에 달한다. 보험사의 경우 KDB생명과 MG손해보험, ABL생명, 롯데손해보험 등이다.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소유한 동양생명도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상상인·상상인플러스·한화저축은행을 비롯해 애큐온·HB·조은저축은행도 매물로 나온 상태다.

이들의 향후 거래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보험사들은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실적이 요동치기 시작해 지나치게 몸값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저축은행 역시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부정적인 업황 전망 등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금융당국의 주도하에 추진되는 상생금융 압박과 건전성 관리 때문에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2조 원대의 상생금융안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필요한 비용을 여유 자금에서 제외하면 그만큼 M&A 등에 사용할 실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고 있는 부분도 걸림돌이다. 올해 경기가 둔화되고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융권은 위기 대비 능력을 더욱 키워 놔야 하는 상태다.

다만, 내년 M&A 시장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경제 트렌드는 금융회사가 부실화되면 정부가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상화하기보다 대형 금융회사가 M&A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현재 금융지주의 체력이 우수한 상태여서 유사시 구원투수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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