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은 1년을 주기로 날짜와 계절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기준을 태양의 운동에 둘지 아니면 달의 모양 변화로 할지에 따라 태양력 혹은 태음력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달력의 대부분은 지구의 공전 주기인 365.24일을 12개월로 나눈 태양력에 기초하고 있다. 태양력 달력을 최초로 사용한 국가나 문명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태양력 달력이 사용되었음을 암시하는 유적들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작년 4월 국제학술지 ‘앤티쿼티(Antiquity)’에 게재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선사시대의 유적 ‘스톤헨지(Stonehenge)’ 역시 태양력 달력과 연관이 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영국 본머스 대학의 티모시 다빌 교수 주장에 따르면 ‘스톤헨지는 1년을 365.25일로 하는 태양년을 기준으로 한 달력’이다.
영국 남부 솔즈베리 평원에 우뚝 서 있는 선사시대의 유적 스톤헨지는 환상열석(環狀列石) 구조물이다. 즉, 거대한 선돌이 원형으로 배열된 유적으로, 크게 두 개의 고리(stone circle)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총 30개의 거대 사암이 지름 30m의 원형을 이루며 서 있는 고리가 있고, 그 안에 6~7m 높이의 돌기둥 두 개 위에 가로 바위 하나가 얹힌 삼석탑 5쌍이 U자형으로 배치돼 있다.
다빌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바깥 원을 구성하는 돌 한 개는 1일을 의미한다. 따라서 바깥 원을 이루는 서른 개의 돌은 30일 즉, 한 달에 해당한다. 이를 12배로 늘린 360과 안쪽에 배치된 삼석탑의 개수 5를 더하면 1년 일수인 365일이 된다. 또한 외부 고리 바깥 사방에 ‘포 스테이션’(4개의 측점석)이 있는데, 이는 4년 중 하루를 더해야 하는 윤일에 대응하는 걸로 보았다.
위의 태양력 학설에 대한 반론과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하나의 예로 360일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곱해 준 ‘12’라는 숫자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또한 스톤헨지 건축 당시 윤년을 더한 양력을 고안했다는 설도 무리한 억측에 불과하단 지적도 있다. 실제로 양력의 어긋남을 수정하기 위해 윤일을 추가한다는 발상은 스톤헨지 건설 약 2000년 후에 처음으로 문서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 볼 때 다빌 교수의 주장이 타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선에 시작과 끝을 표기하려는 노력은 우리 생각보다 더 오래전에 시작된 걸 수 있다.
달력을 만들 때 음력보다 양력이 더 널리 쓰이게 된 건 날짜 못지않게 계절의 흐름을 아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계절에 대한 정보는 달에 붙여진 이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고대 로마 달력에선 3월을 마르티우스(Martius)라 칭했는데, 이는 전쟁의 신인 마르스(Mars)에서 유래한 거라 한다. 말하자면 3월은 겨울과 싸워 봄이 오는 달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요즘은 날짜나 요일 외에 그 달에 어울리는 사진이나 그림도 함께 실리기 때문에 계절 혹은 계절의 변화를 아는 게 어렵지 않다. ‘11월의 청계천’이란 풍경 사진 한 장으로 이제 가을 끝에 서 있음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우리가 체감하는 날씨가 기존에 알려진 계절과 맞지 않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는 거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의 위력을 보여주는 달력 사진 공모전을 개최해 왔는데, 2024년 달력 사진 공모전에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태풍의 흔적’과 ‘케이-버스’(K-Bus)가 각각 4월과 11월 사진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