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 모델 유력
한동훈, 빅딜로 정국 전환 시도
이준석 경고등...신당 동력 잃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갈등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쏠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2인자’인 한 장관이 ‘구원투수’로 등판할 것이라는 기대다. 최근 대구·대전을 방문해 화제를 모으는가 하면 배우 이정재 씨와 찍은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넘어 언론을 장식하기도 했다. 연일 ‘인기몰이’를 하는 한 장관은 공동 선대위원장, 비상대책위원장 등 총선을 대비한 당내 요직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권에서는 ‘2인자 활용법’에 대한 연구가 들어갔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동훈’이라는 미래 권력을 영웅으로 세워 총선에서 승리하자는 여권 내부 논의가 시작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유력한 시나리오는 ‘전두환-노태우 모델’이다. 정권의 2인자가 정부에 각을 세워 정국 전환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뒤 정권 이양을 완수하는 방식이다. 2011년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양 과정 역시 비슷한 모델로 꼽힌다.
한 장관의 경우,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대표에 빗대어진다. 6월 항쟁이 한창이던 1987년 노 전 대통령은 △선거 직선제 개헌 △김대중 전 대통령 사면복권 및 구속자 석방, 사면, 감형 등의 민주화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는 6.29 선언을 발표했다. 같은 해 7월 전 전 대통령은 6.29 선언을 받아들였고, 이는 정권 이양의 시초가 됐다.
이와 관련,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CBS라디오에서 “우리 당의 6.29, 우리 정부의 6.29 같은 게 필요한 시기”라며 '빅픽쳐'를 흘리기도 했다.
한 장관의 장점이자 한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그림자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MBC라디오에서 “대통령 부정평가가 상당히 고착화돼 가는 분위기에서 (한 장관이) 윤 대통령의 황태자 또는 후계자 이미지로 선거에 진입하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한 장관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민심의 방향에 부합하는 빅딜에 공개적으로 성공하면, 새 정치지도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인데,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한 장관의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고, 2인자인 한 장관을 앞세웠다는 것은 그만큼 다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의 주목도는 뛰어나지만, 중도층 호소력을 따져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에서(19~20일, 1000명 대상) 한 장관 출마가 여당 선거에 도움 될 것인지에 대해 ‘도움이 된다‘와 ‘도움이 안 된다’는 각각 42%대 41%로 나타났다. 중도층에서는 ‘도움이 된다‘는 39%에 그친 반면 ‘도움이 안 된다’는 47%로 부정 여론이 높았다. (95% 신뢰수준에 ±3%포인트)
한 장관도 결국 정국 전환을 해야 보수층을 넘어 중도층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단기적으로는 내년 총선의 ‘간판스타’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차기 대권 주자다. 노 전 대통령도 6.29 선언 후 1987년 대통령 선거에 나서던 당시 ‘보통사람의 시대’를 캐치프레이즈로 걸었다. 군부 정권 출신인 그는 국민이 주체가 되는 민주화 시대를 강조해 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역대 대통령 공과 평가 이유’ 조사에서 업적 1위를 달리는 ‘직선제/민주화’(28%)가 그를 상징한다.(2015년 한국갤럽 데일리 제174호)
한 장관이 성공적으로 등판하면 여권을 위협하는 이준석 전 대표에도 치명타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26일 기자회견에서는 “대통령이나 윤핵관들이 해왔던 정치적 행보를 봤을 때, 일반 국민들이 통상적으로 기대만큼 가는 것과 달랐다”며 “통상적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의 변화가 있을 거라 보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신당 창당의 명분이 윤 대통령인 만큼 한 장관이 정국 전환을 해버리면, 신당 창당 동력에 힘을 잃게 될 확률이 높다.
위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