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의 트럼프’ 밀레이 당선…“분노가 두려움 이겼다”

입력 2023-11-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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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선거 결과 뒤집고 승리
좌파 경제 실패에 뿔난 국민 정서 반영
견제세력 여전, 급진적 정책 쉽지 않을 듯
자원민족주의 대신 민영화 초점 맞출 전망
브릭스 가입 철회 가능성도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후보가 승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좌파 정권의 거듭된 경제 실패에 지친 아르헨티나 국민은 정권 교체라는 도전을 택했다. 여야가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작은 정부, 천연자원 민영화 등을 내걸었던 당선자가 공약대로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9일(현지시간) 스페인 유력매체 엘파이스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에서 개표율 99% 기준으로 밀레이 후보가 득표율 55.7%를 얻어 44.3%의 좌파 집권당 ‘조국을 위한 연합’ 후보인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밀레이는 승리 연설에서 “아르헨티나는 심각한 상태에 있고 점진적인 조치를 할 여유가 없다”며 “즉시 국가재건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독특한 머리 스타일과 다소 과격한 언행 등으로 ‘아르헨티나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는 8월 예비선거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하반기 돌풍을 이끌었다. 다만 작은 정부론자인 그가 내건 부처 통폐합과 중앙은행 폐쇄, 달러화 도입 등 공약이 급진적이라는 평가 속에 그의 입지도 흔들렸다.

그 결과 지난달 여러 후보가 격돌한 대선 1차 투표에서 대중의 예상을 깨고 마사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마사와의 양자 대결로 치러진 결선에서 역전승하며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승리 배경엔 좌파 정권의 경제적 무능이 있었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142.7% 상승하면서 3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 10년 새 빈곤율은 28%에서 40%로 치솟았다.

국가 부도도 수차례 겪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5년간 아르헨티나에 430억 달러(약 55조 원)를 대출했는데, 이는 어느 국가보다도 많다. 그런데도 상황이 계속 악화하자 정부를 향한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했다. 현직 경제장관인 마사가 패배한 것도 이런 요인에서 비롯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궁극적으로 분노가 두려움을 이겼다”고 분석했다.

급진적 우파인 밀레이 당선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다만 현재로선 밀레이가 예고대로 과감한 정책을 펼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선 결과가 큰 차이로 벌어지지 않은 데다 제1 야권 연합인 JXC에서도 밀레이에게 비판적인 세력이 많은 탓이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JXC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개혁을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아르헨티나가 자원 개발과 관련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도 주목된다. 앞서 밀레이는 탄화수소와 강, 바다 등 주요 천연자원의 민영화를 예고하면서 자원 탐사와 민간투자 촉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주인 있는 강은 오염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치는 그는 적자 공기업의 민영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외교 정책도 주요 평가 대상 중 하나다. 내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상회담이 데뷔 무대가 될 예정이다. 밀레이는 과거 “남미 좌파들과 대화하지 않겠다”, “중국과 거래하지 않겠다” 등의 공격적인 발언들을 내놓은 전력이 있다. 이에 새 정권에서는 대중국 관계가 크게 악화할 전망이다. 당장 아르헨티나가 내년 1월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에 가입할 예정인데 이를 철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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