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하사 계곡 사망사건’ 2심서 무죄로 뒤집혀…유가족 절규

입력 2023-1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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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데려간 뒤 “빠지면 구해주겠다” 후임에 다이빙 강요
금고 8개월 원심 깨고 모두 무죄…“자발적으로 모임 참여”
유족, 재판부에 항의…“폐쇄적인 군 특수성 고려 안한 판결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연합뉴스)

군대 후임에게 계곡에서 다이빙하라고 강요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받은 군인들이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3부(김복형‧장석조‧배광국 부장판사)는 10일 위력행사 가혹행위,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강모 씨 등 2명에게 각 금고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유족과 군검찰에 따르면 조 하사의 선임 부사관인 강 씨 등은 2021년 9월 조 하사에게 수 차례 제안해 경기도 가평 한 계곡에 간 뒤, “빠지면 구해주겠다”며 조 하사에게 다이빙을 강요했다.

수영을 못하는 조 하사는 3m가 넘는 깊은 수심의 계곡에 뛰어들었다. 두 선임은 다이빙 직후 허우적대는 조 하사를 향해 뒤늦게 달려들었지만 구조에 실패했고,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인 국방부 제2지역군사법원 제3부(재판장 중령 김종일)는 3월 두 선임에 대해 각각 금고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구조를 위한 장비나 안전조치 등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채 다이빙하게 해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선임들이 조 하사의 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위력행사 가혹행위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유족은 분통을 터뜨리며 항소했다.

이후 군검찰 측은 2심에서 “피해자가 수영을 하지 못하는 사실을 알고 있던 피고인들이 계곡에 가자고 하고, 다이빙하자고 했으면 사전에 구조장비를 갖췄어야 한다”며 사전 안전조치 미흡에 대한 과실을 주장했다.

또 선임으로서 관리 감독의무, 상하급자 간 관계, 전투휴무일에 각 군인의 담당 의무, 당시 구조장비로 사용한 물통의 적절성 등이 재판에서 쟁점이 됐다.

하지만 2심은 1심에서 인정한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봤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모임 성격은 피해자가 휴무일에 맞춰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서 함께 여가시간을 보낸 것으로 공무와 무관하다”며 “피해자는 모임에 자발적으로 참석했고, 다이빙도 자발적으로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위협) 발언으로 피해자의 위험이 직접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향해 물통, 밧줄을 던져 물에 들어갔지만 피해자가 잡지 못해 구조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다른 구조 용품 있었더라도 피해자가 잡지 못했다면 구조에 실패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조 하사가 자발적으로 모임에 참여한 만큼 당초 이들 사이 위압은 없었고, 다이빙한 뒤 구조 조치에 나선 선임들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유족들은 즉각 반발했다. 조 하사의 고모 조은경 씨는 선고 직후 법정에서 “정말 너무하십니다”라며 항의했다. 방청객 중 일부는 “(조 하사가) 절벽에 서서 떨고 있었다”며 재판부를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를 맡은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이 사건은 일반적 상하관계의 직장에서 벌어진 게 아니라 폐쇄적인 군대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재판부는 군대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대법원에서 바른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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