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 중‧소형 저축은행 더 힘들다…건전성 악화↑[폭풍전야 저축은행②]

입력 2023-10-31 05:00수정 2023-10-3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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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비수도권 업권 양극화
지역 경제침체 지속‧연체율↑
지방 저축은행 생존위기 직면

8년 동안 이어진 저축은행 ‘79개 체제’에 균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 상승, 분양시장 침체 등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인한 ‘빚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권 전체 상황도 좋지 않지만, 자산 규모 하위에 있는 지방 저축은행들의 부실 위험은 더욱 크다. 이 때문에 금융 업계에서는 위기 업체들을 걸러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정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본지는 전체 저축은행들의 위험성과 위기에 처한 지방 저축은행을 전수조사해 4회에 걸쳐 현상 진단과 해결책을 조망해 보고자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거점으로 한 업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지방에 거점을 둔 저축은행들은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일수록 부실이 두드러졌다. 지역 경제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연체율 상승으로 대출을 줄이면서 대출 채권이 부실화하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 중 자산 규모 하위 10개 저축은행의 6월말 기준 연체대출금 비율은 6.11%로 상위 10개 저축은행(5.48%)보다 0.63%포인트(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비율이 8%를 넘는 저축은행 15곳 중 5곳은 하위 10개사에 해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액이 대출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계에 8%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위 10개 저축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9.59% 수준으로 상위 10개사 6.06%와 큰 차이를 보였다. 또 하위 10곳의 총대출금 규모가 9757억 원으로 상위 10곳(58조8408억 원)보다 57조8651억 원 적은 데 반해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0.63%p, 3.53%p 더 높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산규모 상위사들의 경우, 대출채권 규모 자체가 커서 중·소형 저축은행에 비해 정상채권의 비중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방에 영업 기반을 둔 중소형사들은 수도권보다 지방경제가 어렵다 보니 대출채권이 부실화하는 속도나 차주의 질이 나빠지는 속도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권에서는 중·소형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악화된 이유로 총대출이 줄어드는 반면 대출채권 규모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 하위 10개사의 6월 말 기준 총대출 감소 폭은 전년 동기 대비 18%다. 상위 10개 저축은행 감소폭(4.4%)보다 큰 수치다. 대형사일수록 부실채권 상·매각이 수월하다는 점도 상·하위사간 건전성 지표 격차를 벌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건설업, 부동산업을 포함한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도 하위 10개 저축은행이 더 높았다. 상위 10개사의 연체율은 4.8%인 반면 하위 10개사는 6.3%로 1.5%p 높았다.

다만, 상위 10개사 중 1곳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후폭풍은 더욱 거셀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하위 10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액은 205억8200만 원. 반면 상위 10개사는 약 35배인 7188억 원에 달했다. 부동산 대출금 규모로 따지면 상위 10곳은 17조2610억 원으로 하위 10곳(5357억 원)의 32배다.

저축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을 줄이고 있지만, 이로 인해 수익성은 악화하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수익은 대부분 가계·기업 등에 대출을 내주고 얻는 이자 이익에서 나온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들은 이자이익 감소 등의 영향으로 96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6월 말 기준 상하위 10위 저축은행은 이자 장사를 위해 고객에게 빌려줘야 하는 돈인 ‘대출채권’이 고객에게 빌린 돈인 ‘예수부채’보다 작다. 고객에게 빌린 돈이 금리 장사를 위해 빌려주는 돈보다 많다는 의미다. 상위 10개사의 예수부채는 61조4330억 원이고, 대출채권은 55조4453억 원이다. 하위 10위사는 각각 1조916억 원, 9181억 원이다.

절대적으로 이자이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방 거점 소형 저축은행의 대출 규모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다. 하위 10개 저축은행의 예수부채는 대출채권보다 약 1.2배 커 상위 10개사(1.1배)보다 간극이 컸다.

박선지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 업계가 예금은행 등 타 금융권 대비 취약한 여수신 기반으로 인해 이자이익은 크게 감소했고 연체율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오르는 등 하반기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자산건전성 저하에 대비한 자본 적정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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