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오프’하는 교수들, 의료현장 이해도 높고 개발속도 빨라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스핀오프(spin-off) 기업이 늘고 있다. 스핀오프는 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정 사업을 독립시키는 분할을 말한다.
산업계에서 주를 이뤘던 스핀오프는 최근 의료계에서도 활발하다. 특히 국내 유명 대학병원인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소속 교수들의 창업이 눈길을 끈다. 교수를 중심으로 연구진이 연구 과제를 시작하면 대학병원 내 사업화 관련 조직이 소속 교수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형태다.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100여 곳이 넘는 기업이 대학병원으로부터 스핀오프 했다.
이중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삼성그룹의 바이오 투자펀드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의 투자를 받은 에임드바이오다. 2018년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창업한 에임드바이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업이다. 'AMB302', 'AMB001', 'AMB018' 등 3개의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해 국가신약개발재단(KDDF)의 지원을 받고 있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파이프라인은 교모세포종과 방광암을 타깃하는 AMB302로, 내년 임상 1상 진입이 목표다.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도 있다. 가상현실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메디컬아이피(박상준 서울대병원 교수)를 비롯해 면역항암제 개발 웰마커바이오(진동훈 서울아산병원 교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입셀(주지현 서울성모병원 교수), 세포유전자치료제를 위탁개발생산하는 이엔셀(장종욱 교수), 수술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휴톰(형우진 신촌 세브란스 교수) 등이다.
교수들의 창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대학병원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보다 자금 조달은 물론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 출신 바이오 기업 대표는 “국가과제나 내부 연구를 진행할 때는 속도감이 적고 과제만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창업하면 병원 내에서 하는 것보다 속도가 빠르고 자금도 조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와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다른 교수 출신 바이오 기업 대표는 “환자들을 직접 치료하기 때문에 이해도가 높고, 교수 출신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의료계에서 커뮤니케이션하기 편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창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 대표로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데, 경험이 없어 여러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안으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거나 공동대표 체제로 업무를 이원화해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교수 출신 대표는 기업 운영과 약물 개발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를 겪는다”라며 “무조건 창업하는 것보다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