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신작 ‘거미집’ 인터뷰로 만난 송강호의 말이다. 지난 14일 언론 공개 이후 ‘대중성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말에 그는 “관객은 늘 새로운 걸 원한다”고 답했다.
김지운 감독의 초기작인 ’조용한 가족’(1998) 출연 당시를 떠올린 그는 “그땐 (대중성에 대한 우려가) 더 했다”면서 “한 가족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을 다 죽여버리는 내용이니까, 당시만 해도 ‘이런 영화 찍으면 안 된다’고 하신 분도 계셨다”라면서 웃었다.
그는 “서울 관객 30만 명이 넘으면 초대박이던 시장에서 ‘조용한 가족’ 38만 명이 들었다”고 짚으면서 “그런 걸 보면 관객은 늘 새로운 걸 원한다”고 했다.
'거미집' 역시 “기승전결이 다 있고 해피엔딩이나 감동적인 결말로 끝나는 작품을 늘 봐왔기 때문에 좀 생경할 수 있지만, ‘조용한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이런 새로움이 영화의 힘이고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추석 연휴를 앞둔 27일 개봉하는 ‘거미집’은 마지막 장면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라는 강박에 사로잡힌 영화감독 김열(송강호)의 광기어린 촬영기를 다룬다.
감독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들과 재촬영을 강하게 반대하는 영화제작사, 영화를 검열하려 드는 70년대 우리 정부의 개입 등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데 관련된 인물이 얽히고설켜 벌이는 한바탕 소동극이다.
언론 시사 이후 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과 ‘영화 속 영화’ 등 입체적으로 구성된 이야기의 세련미에 호평이 나온 한편, 의도된 과잉과 ‘19금 장면’에 추석 연휴 가족을 타깃으로 한 영화로 힘을 발휘하기엔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송강호는 “’기생충’ 때도 (소위 ‘19금 장면’처럼) 불편한 장면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영화에 대한 관객의 갈증이 있었기에 1000만 관객이 든 것”이라면서 “꼭 황금종려상을 받았다고 해서 그런 성적이 나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고 (관객과) 소통이 잘 안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배우는 영화를 선택하는 태도가 진취적이어야 하고, 모험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연기관을 전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특별 호스트’ 자격으로 영화인을 맞이하기로 한 걸 두고는 “’거미집’ 오픈토크와 지방 무대인사 때문에 어차피 내려가야 하는 상황에서 영화제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한 이틀 먼저 내려가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집행위원장 사퇴, 운영위원장 해촉 등 인사잡음과 내부 갈등으로 유례없는 위기를 맞은 상황을 고려한 듯 송강호는 “28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한 만큼, 올해 비상 체제를 넘어 내년부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