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유엔’ 무용론에 눈 돌리는 개도국들

입력 2023-09-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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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후 안보리 기능 마비
북·러 밀착…안보리 체제 붕괴 위기
개도국, 브릭스·쿼드 등 대안에 주목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8회 유엔총회를 앞두고 유엔 본부 밖에 유엔과 미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뉴욕(미국)/AFP연합뉴스
한때 지정학적 분쟁 해결의 중심에 있던 유엔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점차 외면받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수십 명의 세계지도자가 19일 개막하는 제78회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으로 모여들고 있지만, 상당수 국가가 해결되지 않는 세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유엔은 세계를 분열시키는 충격과 위기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아프리카 니제르 쿠데타, 중국 아이티 갱단 폭력 사태 등 몇 년 전만 해도 유엔이 최전방이자 중심에 있었을 장소에서 이제는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유엔 무용론과 개혁론이 제기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다만 올해에는 그 불안감이 유난히 심각하게 느껴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리 기능이 완전히 마비됐다. 러시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를 계기로 군사 협력을 도모하면서 스스로 만든 대북 제재를 깨트릴 조짐까지 보인다.

한 개발도상국 외교관은 “유엔을 장악한 국가들이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중국을 포함해 유엔 체제 외부에서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도와 브라질은 중국 주도의 신흥국 모임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인도는 또한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세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미국과 유엔이 주도하는 기존 세계 질서를 붕괴시키려 하고 있으며 지난달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내부 갈등도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불평등과 저소득국가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 요구 등에 불만이 들끓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유엔의 지원이 절실한 정부조차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대만의 주미 대사 격인 샤오메이친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TECRO) 대표는 “전 세계의 심각한 안보 침해에 대해 안보리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우리 모두 세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공통된 이익과 의제를 알고 있다. 그것이 유엔이 설립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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