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위제보 후 대기발령' 물류회사 직원, 소송서 이겼다

입력 2023-09-06 11:35수정 2023-09-06 13:08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상사 비위 제보 후 권고사직, 대기발령 처분받은 직원
회사 측 "제보를 이유로 불이익을 가한 것 아냐"
법원 "사측 행위, 건전한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없어"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이투데이DB)

석연치 않은 이유로 9개월간 자택 대기발령 처분을 받은 한 물류회사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겼다.

6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물류회사 인사팀 직원 A 씨(원고)가 회사(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 임금 청구 등 소송에서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A 씨는 2018년 12월 사내 내부고발시스템에 자신이 소속돼 있던 인사팀 팀장, 총무파트장 등 상사들의 비위 행위를 제보했다.

회사는 A 씨의 제보 내용을 토대로 감사를 시행했지만, 내용 상당 부분이 허위로 확인됐다. 오히려 A 씨의 상사 지시 불이행, 업무 프로세스 위반, 임직원 비방, 근태 불량 등이 발견됐다.

이에 회사는 A 씨에 대한 견책 처분을 내렸고, 이후 A 씨는 인사팀에서 부동산자산관리팀으로 배치됐다.

부동산자산관리팀으로 배치된 A 씨는 2019년 10월에 회사로부터 부동산본부 사업상 악화를 이유로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 A 씨가 이를 거부하자 회사는 2020년 1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총 9차례에 걸친 자택 대기발령 통보를 내렸다.

A 씨는 "회사의 처분은 원고가 스스로 퇴사하게 하거나 원고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명목상의 사유를 만들어 행해진 것이므로, 인사권 남용에 해당해 위법ㆍ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는 근로계약상의 보호 의무를 위반해 위와 같이 위법ㆍ부당한 일련의 징계 및 인사처분을 함으로써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이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사측은 "원고의 제보가 상당 부분 허위로 드러났고, 감사과정에서 오히려 원고의 비위행위가 발견돼 이를 이유로 징계처분한 것이므로 원고에게 제보를 이유로 불이익을 가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9개월 대기발령에 대해서 사측은 "2019년 11월부터 부동산 사업 환경이 악화돼 부동산자산관리팀에 대한 구조조정을 결정했다"며 "원고가 권고사직을 거절함에 따라 원고를 배치할 부서를 찾기 위해 대기발령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A 씨의 배치전환을 위해 노력했지만, 모든 부서가 A 씨의 이동을 거부해 대기발령 기간이 길어지게 됐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회사가 A 씨를 자신의 사업장에서 몰아내거나 고통을 주려는 의도로 명목상의 징계 사유 및 업무상 필요를 내세운 것"이라며 "회사의 이러한 행위들은 A 씨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거나 적어도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상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제보 내용은 일부 사실로 확인됐고, 일부 사실을 확대해석한 경우가 있기는 했다"면서도 "A 씨가 '주관적인 판단은 가급적 푸른 글씨로 작성한다', '팀원의 제보를 듣고 쓴 부분도 있으니 참고하라' 등으로 기재해 고의로 상사들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려는 의도를 갖진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약 9개월이라는 장기간 아무런 직무를 부여하지 않고 자택 대기발령을 명한 것은 A 씨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임에도 회사는 A 씨에게 사직을 권유했을 뿐, 사전에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A 씨가 근로 제공을 하지 못했더라도, 계속 근로했을 경우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손해배상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미지급 임금 620여만 원, 위자료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