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한 번에 노래가 만들어진다"…AI 이용하면 나도 스타 싱어송라이터? [Z탐사대]

입력 2024-05-31 18:07수정 2024-05-3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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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에서 궁금한 것들, 해보고 싶은데 귀찮은 것들, 그리고 '왜 저게 화제가 되는거지?'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Z세대 기자들이 직접 해보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혹시 Z세대 기자들이 해봤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면 언제든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늘 환영입니다.

▲자작곡 '매력있어'를 부르는 악동뮤지션 (출처=SBS 'K팝스타2' 캡처)

매력 있어 내가 반하겠어 다이어트 중 마주친 치킨보다 더 매력 있어~

2010년대 초반은 슈퍼스타K, K팝스타, 위대한탄생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기였다. 다양한 스타가 탄생했지만, 그중에서도 '악동뮤지션'이 가장 인상 깊었다. 같이 나이 또래임에도 불구하고 자작곡으로 오디션을 깨부수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래서 매주 어떤 노래를 들고나올지 기대하며 TV 앞에 앉곤 했고, 자연스레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동경이 생겼다.

하지만 태생을 음치로 태어난데다 악기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기자에게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방법은 아무리 찾아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꿨던 꿈을 가슴 한편에 고이 접어둔 채 시간은 흘렀고, 어느덧 성인이 됐다.

10년이 넘는 시간은 세상이 뒤바뀌기에 충분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챗GPT를 필두로 다양한 AI 기술이 발달했고 불가능하다고 하던 영역이 하나둘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기자도 못다 이룬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AI 기술을 이용해 간접적으로나마 이뤄보기로 했다.

힌트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얻었다. 최근 방송된 SBS '런닝맨'에서 멤버들이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순식간에 노래를 만들고 안무를 따 미니 공연을 펼치는 모습이 그려진 것.

비록 숏폼 챌린지로 유명한 가수 이짜나언짜나에 밀렸지만, AI 기술이 순식간에 만들어낸 노래의 퀄리티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기자도 'SUNO AI'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노래를 만들어봤다. 제목과 가사, 노래 장르만 입력하면 '딸깍' 클릭 한 번에 만들어지는 원하는 장르의 노래는 그저 감탄만 자아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정작 싱어송라이터로 도전을 하려고 했지만, 막상 산더미처럼 밀린 일 때문에 가사를 쓸 시간이 도저히 나질 않는다. 그래도 내겐 걱정이 없다. 바로 우리에겐 전지전능한 챗GPT가 있으니깐.

▲챗GPT에게 작사를 의뢰했다 (출처=챗GPT 홈페이지 캡처)

곧바로 챗GPT에 접속해 내가 그동안 마음 속에 담아놓은 노래 가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챗GPT야 퇴근하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가사 써줘.

챗GPT가 대답했다. "물론이죠! 퇴근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가사를 적어볼게요."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챗GPT가 만들어준 가사를 SUNO AI 프로그램에 입력해 노래를 만들었다. 노래 제목은 '퇴근', 장르는 '시티팝'으로 설정했다.

내 데뷔곡 '퇴근'이 세상에 나왔다. 이 영광을 전 세계에 있는 AI 개발진에게 돌린다. 일단 생각보다 노래가 너무 잘 나와 놀랐다.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지금 TOP 100 차트를 돌리다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가사, 멜로디, 보컬 모두 잘 어우러져 퇴근하고 싶은 자들의 마음을 치유해줄 것만 같다. 하지만 원래 고슴도치도 제 자식이 제일 고운 법.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제삼자의 시선이 필요하다. 주변 동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평가를 받아보기로 했다.

A : 20초까지 인트로 부분이 좋고 출근할 때 들으면 딱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드럼 비트가 크게 들리고 노래가 익숙한 느낌이다.

B : 남자 아이돌 앨범에서 타이틀곡은 아니고 수록곡인데 팬들한테 반응이 좋은 곡 같다. 노래 퀄리티가 좋다.

C : 노래 가사부터 멜로디까지 기대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 깜짝 놀랐다. 다만 AI 창작물이라는 걸 인식해서인지는 몰라도, 독창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아쉽기도 하다.

대체로 노래 퀄리티는 좋았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아직 AI가 인간의 창의력을 따라오기는 멀었나 보다. 그래도 다들 노래가 좋다고 말해주니 괜히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졌다.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마지막으로 노래가 세상에 나와야 한다. 노래가 준비됐으니 이제 음원 사이트에 올려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해야겠다. 그런데, AI로 만든 노래가 저작권 등록이 가능할까? 올릴 수 있다면 누구 이름으로 등록해야 할까? 곧바로 알아봤다.

▲대충 돈 내면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출처=SUNO 홈페이지 캡처)

먼저 SUNO AI의 이용 약관을 찾아봤다. 약관에 따르면 유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야 상업적 사용이 허가된다. 결제를 하지 않고 곡을 만들면 비상업적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다행히 월 10달러의 결제를 하고 서비스를 이용했다. 일단 1단계는 통과.

▲기자는 월 10달러 요금을 결제해 사용해 상업적인 이용이 가능했다. (출처=SUNO 홈페이지 캡처)

다음으로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연락해 직접 물어봤다.

Q. AI로 만든 노래의 저작권을 내 이름으로 등록할 수 있을까요?

A. 등록할 수 없다. 저작권법에는 저작물의 정의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돼 있다. 챗GPT나 생성형 AI 툴을 이용한 경우에는 표현 자체가 인간이 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등록이 불가하다.

Q. 작곡을 AI가 하고 작사를 사람이 하는 것처럼 작업을 나눠서 했을 땐 가능한가요?

A. 사람이 작업한 부분만 저작권을 등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사를 사람이 했다면 가사만 저작권을 등록할 수 있다. 대신 가창은 저작인접권에 해당해서 저작권이 아닌 저작인접권을 등록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기 때문에 AI의 창작물은 해당 사항이 없다. 대신 작사, 작곡을 사람이 했다면 창작물에 대해 저작권 등록이 가능하다. 또 AI가 작사, 작곡한 곡에 노래만 불렀을 경우 가창 부분만 저작인접권 등록만 가능하다. 한마디로 창작은 아직까진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기자의 짧은 싱어송라이터 체험은 막을 내렸다. 저작권까지 인정받을 수 있었다면 직접 노래를 불러 녹음까지 해봤을텐데…. 비록 노래가 세상에 나오는 일은 없지만, 기자의 플레이리스트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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