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정신질환·발달장애, 혐오가 돼선 안 된다

입력 2023-08-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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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 마련된 발달장애인 추모 분향소에서 '발달장애인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 촉구와 고인이 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추모 기도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와 발달장애아 부모의 ‘갑질’ 사건이 잇따르면서 정신질환자와 발달장애아가 혐오 대상으로 몰리고 있다.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가둬야 한다든가, 발달장애아들을 특수학교에 몰아넣어야 한다는 등 과격한 요구도 나온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그저 격리하고 통제해야 할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신적 문제를 지닌 이들의 일탈이 과거보다 늘었단 근거는 없다. 실제론 그대로인데 갑상선암처럼 진단이 늘면서 ‘발견’이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늘었다고 해도 그 이유가 격리하지 않아서, 통제하지 않아서라고 보기 어렵다. 격리와 통제는 오히려 일탈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정책을 만든다면, 부작용은 불 보듯 빤하다.

첫째, 사회적 낙인에 따른 정신질환·장애의 음성화 가능성이다. 경증 정신질환·장애는 적절한 약물치료와 학습으로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질환·장애에 대한 편견이 번지고 이를 이유로 한 차별이 발생한다면 정신질환·장애가 의심되거나 진단된 이들은 진단·치료를 기피할 우려가 크다. 이로 인해 증상이 악화하면 이는 범죄 등 일탈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경증 발달장애는 비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것만으로 증상 악화가 늦춰진다. 상황별 대응법, 대화 방법, 인간관계에서 규칙 등을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따라 하게 돼서다. 반대로 경증과 중증이 함께 생활하면 경증은 중증화한다. 학습 대상이 중증 장애아여서다.

결론적으로 정신질환·장애인에 대한 격리나 통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일탈 가능성을 더 키울 것이다.

둘째, 대다수 정신질환·장애인은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사례는 극소수다. 범죄 가능성으로 따지면 교정시설 출소자가 가장 높다. 교정시설 수감자 4명 중 1명은 출소 후 3년 이내에 재복역한다. 그렇다고 이들을 추가로 격리·통제하는가. 정신질환·장애인에게만 일탈 가능성을 이유로 단체수용 등 격리·통제해야 한다는 건 혐오다.

백번 양보해 정신질환자와 발달장애아 등을 별도 시설·학교에 단체 수용한다고 치자. 그럼 그 시설은 어디에 지을 것인가. 집값에 예민한 한국 사회에서 정신병원, 특수학교 등은 혐오시설로 여겨진다. 2017년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땐 주민들의 반대에 장애아 부모들이 무릎을 꿇었다. 정신질환·장애인 격리를 요구하는 이들은 ‘우리집 앞 정신병원’, ‘우리집 앞 특수학교’에 찬성할까. 반대한다면, 이는 ‘정신질환·장애인을 눈앞에서 치워달라’는 말밖에 안 된다.

정신질환자의 일탈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적절한 치료다. 이를 위해선 사회적 편견, 차별부터 해소돼야 한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게 눈치 보이는 일이 돼선 안 된다.

발달장애아 등에겐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5~6시간이다. 학교보다 가정에서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더욱이 학교에선 교사가 특정 학생을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없다. 보육이든, 교육이든 학교에 모든 걸 맡겨선 안 된다. 무엇보다 배려받길 바라는 만큼, 배려해야 한다. 누구나 제 자식이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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