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사이 범죄자 꼬리표 단다 [절벽 떠미는 피싱 범죄③]

입력 2023-08-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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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노려 보이스피싱 범행…피해 알고도 대응 못해
피해자 명의 대포폰까지 개통해…피해자가 가해자 돼
"잠깐 일하고 큰 돈 준다" 사회초년생 노린 알바 유혹
자신도 모른 채 조직 범행 가담 될 수 있어 유의해야

(게티이미지뱅크)

"나도 보이스피싱에 속아서 8000만 원이 넘는 돈을 빼앗기고 돌려받을 방법마저 없는데, 제가 범죄자들과 일당이라고요? 신고를 했는데도 제대로 된 수사도 진행이 되지 않았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한 보이스피싱 피해자)

‘보이스피싱 피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미자(65·가명) 씨는 금전적 피해는 자신이 봤는데 가해자로 몰리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김 씨는 “주말을 노려 보이스피싱 일당이 딸을 사칭한 문자로 접근했고,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며 링크를 보내왔다. 링크를 열어본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악성 앱에 감염됐지만, 김 씨는 전혀 이 사실을 몰랐다. 오히려 보험가입을 위해 필요하다며 요구한 신분증 사본, 계좌 비밀번호, 일회용 비밀번호(OTP) 등을 넘겨줬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를 이용해 김 씨의 예금계좌에 있던 8000여만 원을 자신들이 소유한 가상계좌로 인출했다. 김 씨의 명의로 된 대포폰도 알뜰폰 업체를 통해 개통했다. 이후 조직은 대포폰을 이용해 500여 건의 스팸 발송을 하면서 또 다른 범행에 나섰다. 경찰은 이 스팸 발송을 통해 신고를 접수했고, 김 씨에게 그의 명의로 된 휴대전화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이뤄진 것 같다며 조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통보했다.

그제야 자신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 사실을 안 김 씨는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어디에서도 도움을 얻지 못했다. 특히 범행이 주말에 이뤄지다 보니 알뜰폰 고객센터는 아예 연결되지 않았고, 은행도 주말 업무를 쉬어 경찰 사건접수에 필요한 모든 서류 발급이 어려웠다.

자신도 모르는 새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간단한 아르바이트’라고 접근해 조직의 수거책으로 삼는 일이 빈번해 주의가 요구된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구인구직 앱을 통해 “잠깐 일하고 큰돈을 준다”고 유혹한다. 정작 이를 통해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연락이 오면 조직은 이들에게 계좌이체 등 업무를 시키거나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접근해 통장이나 신분증 등이 담긴 서류를 받아오도록 한다.

경찰청의 ‘보이스피싱 피의자 유형별 검거인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검거된 대면편취형, 인출책, 절취책 등 하부조직원은 2018년 7128명, 2019년 1만748명, 2020년 1만3813명, 2021년 1만5785명으로 지속해서 증가했다. 지난해엔 1만4511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1만5000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 있다.

이런 하부조직원 중 다수가 자신이 범죄 조직에 연루됐다는 사실도 모른 채 가담한 경우가 많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큰돈을 주겠다’며 사회초년생을 겨냥해 범죄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아르바이트는 충분히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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