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등…“주식시장 불안·금리 인상 자극…한국경제 불안요인 될수도”
중국발 침체 리스크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경제지표가 악화하는 가운데 헝다, 완다에 이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마저 불거졌다. 중국 경기 둔화와 비구이위안 디폴트 우려는 우리나라의 수출과 경상수지, 환율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1.76% 하락한 2525.64에 마감했다. 253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5월 18일(2515.40) 이후 3개월 만이다. 삼성전자(-0.45%), LG에너지솔루션(-2.95%), 포스코홀딩스(-5.37%), LG화학(-2.18%) 등 중국경제의 영향을 받는 대표 수출기업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닥은 외국인의 매도 폭탄에 2.59% 하락한 878.29로 마감, 900선에서 더 멀어졌다.
주요국 증시도 추락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증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0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1.16%), 나스닥지수(-1.14%) 등 3대 지수 모두 1%대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유럽 증시에서는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가 0.96% 떨어진 것을 비롯해 1% 안팎으로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46% 하락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운 건 중국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중국 5위 규모의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다. 이 회사는 7일 만기된 액면가 10억 달러(약 1조3300억 원) 회사채 2종의 이자 2250만 달러(약 300억 원)를 갚지 못하면서 10일부터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비구이위안의 디폴트는 단순히 부동산 시장 침체를 넘어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발 그림자 부채 리스크를 자극할 수 있다. LGFV는 지방정부 자산을 담보로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특수법인으로 LGFV 부채는 지방정부 대차대조표(B/S)에 잡히지 않아 ‘그림자 부채’로도 불린다. 코로나 전인 201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8%였던 LGFV는 올해 53%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도 각각 7%포인트, 13%포인트 증가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을 반영하듯 경제지표도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7월 소매판매는 예상치 4.5%를 크게 밑도는 2.5%를 기록했다. 지난달 3.1%보다도 더 떨어졌다. 산업생산은 4.4%에서 3.7%로, 고정자산 투자도 3.8%에서 3.4%로 위축됐다. 고장자산 투자에서도 부동산은 8.5% 감소했다.
진정되나 싶었던 원·달러 환율 역시 이날 1340원을 터치하는 등 심상치가 않다. 중국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환율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6원 급등해 1336.9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환율은 전장 대비 9.1원 오른 1340원으로 개장하며, 연고점을 찍었던 5월 17일(1343원) 이후 석달 만에 처음으로 장중 1340원대를 돌파했다.
최근 환율 상승세는 무섭다. 지난달 18일 1260.4원까지 낮아졌으나 이달 들어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에 자금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 최근 중국발 리스크가 환율 상승세에 불을 붙이는 형국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향후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상승할 경우 주식시장 불안과 함께 통화 정책 측면 금리 인상 필요성 등이 제기되면서 한국경제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