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조7000억 달러’ 쏜다지만…과거 보조금 실패 전철 밟을라

입력 2023-08-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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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연간 보조금 지출액의 3배 넘을 수 있어”
과거 케네디ㆍ트럼프 정부도 보조금 정책 실패
미국 보조금 지급으로 한국·유럽 등 보조금 경쟁 유발
미국 정치권 극한 대립으로 인한 정책 일관성 훼손도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조 바이든 정부의 산업 육성책 도입에 따른 보조금이 1조7000억 달러(약 2237조 원)로 불어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정책 이른바 ‘바이드노믹스’가 미국을 제조업을 되살리고 있다고 자평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규모 보조금 지급이 시장 경제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지급하기 시작하는 보조금 총액은 1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제외하면 전례가 없는 규모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여름에 통과된 기후변화 및 반도체 관련 법률로 50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보다 앞서 2021년 11월에는 미 의회가 1조2000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 법안을 통과시켰다. 모두 해외에 흩어져 있던 제조시설과 투자금을 국내로 회귀시키려는 의도가 담겼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조사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출은 연 400억~700억 달러 수준이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은 여러 해에 걸쳐 지급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역사적인 규모다. 1조7000억 달러를 10년에 걸쳐 연 1700억 달러를 지급한다 해도, 이 역시 이전 보조금 지출액 규모의 3배가 넘는다.

역대 미국 정권도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그간의 보조금 정책이 반드시 성공했던 것만은 아니라고 닛케이는 짚었다. 1960년대 케네디 정부는 섬유산업의 쇠락을 막기 위해 보조금을 투입하고 수입 제한에 나섰지만, 업계 쇠퇴의 흐름은 막지는 못했다.

미국 블루칼라 노동자의 지지를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도 ‘미국 다시 위대하게(MAGA)’를 외치며 막대한 보조금을 쏟았다. 그러나 중국과의 무역 마찰에 시달리는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지급한 농업 보조금은 상위 10%의 부유층 농가가 3분의 2를 받는 결과로 끝났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를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정책도 부작용을 낳았다. 미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한 한국과 유럽 등 전 세계 각국의 반도체 산업 보조금 전쟁을 유발한 것이다. 현시점에서 반도체 수요가 있다고 해도 몇 년 후에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 과잉에 빠질 위험도 있다.

닛케이는 “기득권 산업과 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계속된다면 경제의 신진대사를 저해해 미국 경제의 활력을 빼앗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역 관련 비영리단체 힌리히재단의 스테판 올슨 선임연구원은 “보조금 정책은 상당한 낭비를 부르고 시장 경제 왜곡이 커진다”며 “최종 결과는 불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정치 대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책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여당인 민주당은 기후 변화 대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석유 등의 에너지 산업을 중요시한다.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자가 승리한다면 현재와 정반대의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현 상황이 거액의 보조금으로 급성장한 중국을 추격하는 구도라고 설명한다. 올슨 연구원은 “시장 경제가 최우선이었던 과거에는 ‘산업 정책’이라는 말이 구소련을 떠올리게 하는 용어로 간주됐다”며 “워싱턴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놀랍다.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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