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다그룹 디폴트 우려에 중국 부양책으로 상저하고(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고성장)를 기대하던 철강업계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헝다그룹의 디폴트 위기 이후 중국 부동산 업계 100위권 이내 업체 10여 곳이 줄줄이 무너졌던 전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업계는 자국 내 소비량의 56%, 글로벌 철강 소비의 44%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이에 신규 주택 착공 면적이 급감하는 등 중국 내 부동산 개발 침체가 이어지면 전 세계 철강 수요가 급감한다.
우선, 철강업계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올해 6월 제조업 구매담당자 경기지수(PMI) 49를 기록하는 등 3개월 연속 50을 하회하며, 경기 수축 국면에 있다. 여기에 완다그룹 디폴트 우려가 더해지면 철강 업계의 경영 상황은 하반기에도 불투명해진다.
앞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 수요는 헝다 디폴트가 촉발된 2021년 4.7% 하락한 바 있다. 완다그룹이 파산하면 중국 내 건설 자재 수요가 감소하면서 중국산 형강, 철근 등이 해외로 수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국내도 중국산 철강재가 대량 수입될 수 있다. 중국산이 유입되면 국산 철강재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헝다 그룹 사태 때는 중국 부동산 시장 자체가 좋았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이번에는 중국 부동산 시장 자체가 침체되어 있기 때문에 당시와 완전히 같다고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중국 정부의 강한 경기부양책을 기대했던 상황에서 완다그룹의 재정 리스크는 중국 시장의 회복 움직임에 부정적 요인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국내 건설사의 도산이 이어지고, 철강 업체도 앓는 소리를 하는 등 중국 경기 위축에 따른 영향이 실감된다”며 “중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세계 시장에서 커졌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업계와 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