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계란 42%·수산 통조림 21% 폭등…일본 엄습한 푸드플레이션 공포

입력 2023-07-0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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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일용품 일일 물가 상승률 8.7%
1년 새 217개 품목 중 199개 올라
대기업서 중견기업으로 인상 움직임 확산
이달 3566개 식품 제품 가격 올릴 예정

▲위) 닛케이 나우캐스트 일본 일일물가지수 상승률. 단위 %. 전년 동기 대비. 지난달 28일 8.7% / 아래) 식품기업 가격 인상 제품 수. 단위 개. 7월 3566개. ※8월 이후는 예상치.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에 시달리던 일본에서 식품과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한 가격 인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3일 닛케이 나우캐스트 일일 물가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지난달 28일 기준 8.7%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닛케이 나우캐스트 일일 물가지수는 제품 판매 가격과 수량을 실시간으로 계측할 수 있는 슈퍼마켓의 포스(POS·판매 시점 정보관리) 기기 데이터에 근거해 물가를 산출하는 지수로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품목 수는 적지만, 식품과 일용품의 최신 인플레이션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 지수를 분석하면, 전체 217개 항목 중 전년 대비 물가가 상승한 품목은 199개였다. 가격이 하락한 품목은 16개에 그쳤다.

지난해 가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가격 인상 추세가 중소기업에까지 퍼졌다. 디플레이션이 오래 지속하던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그동안 매출 둔화를 우려해 가격 전가를 피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재룟값 상승을 상품 가격에 반영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식품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28일 기준 달걀 가격이 전년보다 42%, 수산 통조림 가격이 26% 각각 치솟았다. 냉동식품 가격 상승률도 지난해 6월은 4% 정도였지만, 지난달은 15%까지 올랐다. 작년 여름까지 거의 제자리걸음 하던 요구르트 가격도 올해 4월 이후 인상 폭이 10%로 확대됐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만 해도 식용유(15%), 마요네즈(11%) 등 자원 가격의 영향을 받기 쉬운 상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품목이 대폭 확대됐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나카무라 코타 나우캐스트 분석가는 “가격 인상이 대기업에서부터 중견 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여성이 6월 23일 일본 도쿄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일본은 그동안 서구권 국가들보다 가격 전가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본은 작년 여름 식품 가격 상승률이 4%대 중반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과 유럽과는 반대로 갈수록 가격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식품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여름 10% 이상을 기록하다가 현재 6%대로 둔화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역시 식품 가격 상승률이 올해 3월 17%대 중반까지 치솟았다가 5월 들어 13% 수준으로 완화됐다. 반면 일본의 식품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말 7%까지 올랐고, 올해 5월에는 8%대 중반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순간적으로 미국의 식품 가격 상승률을 웃돌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식품 가격 인상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 리서치 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주요 식품 기업 195개사는 이번 달에만 3566개 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전년 동월 대비 가격 인상 제품이 50%나 더 많아졌다.

8월에는 우유나 요구르트 가격 인상이 예상되며, 10월에는 사케나 와인과 같은 주류 분야에서 가격 인상 제품이 5000개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닛케이는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원재료 가격이나 인건비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아직 충분히 전가했다고 볼 수 없다”며 “앞으로도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업체가 나올 것이며, 일본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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