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위기의 ‘김명수號’…불편한 법원

입력 2023-06-29 06:00수정 2023-06-2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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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석 달 남기고…검찰수사 받는 현직 대법원장
두 번째 대법원장 수사에 법원 심기는 ‘불쾌’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사제 두고 검찰견제說

“겁이 나나 봅니다.”

대법원이 추진 중인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 제도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근래 만난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가 한 말이다. 30년 가까이 법조계 경력이 풍부한 데다 판‧검사 전관 출신이 아니어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의견을 듣고 싶어 질문했는데, 답변이 의외였다.

이런 대답이 나오게 된 이유는 얼마 안 돼 알게 됐다. 2020년 5월 사법농단 사태로 재판을 받던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고 국회에 거짓 해명을 한 혐의로 고발된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박혁수 부장검사)는 김인겸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출석을 거부했고, 앞으로도 출석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판사는 임 전 부장판사 사건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으로서 임 전 부장판사의 사표 제출과 반려 과정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현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차장을 수사선상에 올린 모습이 지금까지 1심만 5년째 열리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겹쳐 보인다.

“‘법원 혁신’ 순진한 생각…오히려 검찰에 수사 빌미만”

한 고법 판사는 “판사들 성향도 보수와 진보 반반씩이라고 보면 된다”며 “진보적 목소리가 커져 기득권을 내려놓고 법원 혁신의 계기로 삼으려던 순진한 생각이 오히려 검찰에 안 줘도 될 수사 빌미만 줬다”고 연달아 계속되는 현직 대법원장을 겨냥한 두 번째 검찰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상도의를 저버렸다”는 표현까지 썼다.

만나는 판사들마다 법원 내 불쾌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또 다른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본인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왜 공개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면서 “그러면서 검사들이 남의 휴대폰을 들여다보겠다는 소리가 그렇게 당당하게 나올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현재 대법원은 전자정보 압수‧수색 전 사건 관계인을 법원이 직접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2011년(10만8992건)부터 2022년(39만6671건) 사이 363% 이상 급증했다. 최근 12년간 4배 가까이 폭증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구속영장 청구는 3만7948건에서 2만2589건으로 40.5% 감소했고, 체포영장 청구는 5만9173건에서 2만7426건으로 53.7% 급감했다. 강제수사 중심축이 기존 인신구속에서 압수수색으로 변경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檢 강제수사 축 ‘인신구속→압수수색’…法, 수색영장에 제동

때문에 영장전담 판사에 의한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 심사제를 두고 법원이 검찰 견제에 나섰다는 일부 시각이 제기된다. 판사들이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선후배‧동기로 이어지는 법조인 문화에서 검사의 수사력과 기소된 공소사실을 믿어주던 관례가 깨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수많은 판사들이 사법 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그것도 특수수사를 경험하면서 검찰 수사가 그동안 여겨왔듯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전언이다. 한마디로 법관을 향한 검찰의 거친 수사로 인해 상호간 신뢰에 금이 갔다는 얘기다.

행정 권력이 사법 권력까지 제 뜻대로 통제하려는 대한민국 현실을 바라봐야 하는 심정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편하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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