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계획 변동 가능성"...추가 손실 경계
7일 국민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이달 말까지 BCC에 약 1억20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지분율을 기존 30.5%에서 36.8%로 끌어 올려 최대주주로 등극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오는 2011년 2월말 이내에 50.2%까지 지분을 늘려 경영권까지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 경우 약 2억6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이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BCC 투자 '밑빠진 독에 물붓기'(?)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이같은 투자 계획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BCC에 대한 추가적인 지분 투자는 현재로서는 확정된 바가 없다"면서 "투자 시기나 규모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BCC에 1억2000만달러를 추자로 투자해 최대주주로 등극한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다소 성급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변동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췄다.
이는 최근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 경영진들이 'BCC에 대한 투자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해 온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지난 3월31일 기자간담회에서 "카자흐스탄은 자원이 풍부하고 금융사들이 건전하기 때문에 경기가 다시 상승세를 타면 카자흐스탄의 성장률이 우리나라보다 빠를 것"이라며 "BCC 지분 투자를 50% 이상 늘리기로 한 당초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중회 KB금융지주 사장도 최근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5월 중으로 1억2000만 달러를 투자해 BCC의 지분 6.2%를 추가로 인수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장단의 장미빛 전망에 비해 국민은행 일선에서 최근 BCC에 대한 지분 투자 확대를 놓고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경우 손실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KB금융지주는 BCC 투자와 관련해 지난 1분기에 약 1000억원을 감액손실 처리하기로 한 바 있다.
◆금융위기 장기화 '속도조절론' 대두
상황이 이처럼 돌변하자 국민은행의 BCC 투자가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감액손실 처리를 단행했다고는 하지만 부실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경우 추가적인 지분 투자는 손실 규모만 키우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의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추가적인 부실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추가적인 지분 투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BCC의 주가가 지난해 투자 당시보다 1/10 수준으로 급락했고 투자 부진과 주택가격 하락 등 카자흐스탄의 경제상황을 반영할 때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른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도 "KB금융이 이번에 1000억원 규모의 손실감액 처리를 한 것은 주가가 투자 당시보다 1/10 수준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장기화로 인해 실적까지 악화될 경우 추가적인 손실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감액손이 실적 감소로 인한 것이 아니라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에서 비롯됐고, 카자흐스탄도 자원부국이어서 국가 디폴트(부도) 상태가 되더라도 현물 상환능력이 있는 만큼 일반적인 국가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결국 금융위기 여파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BCC 투자는 그 규모와 시기에 있어 어느 정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은행 1위를 고수하면서도 해외진출 만큼은 후발주자 위치를 면치 못했던 국민은행의 '해외진출 야심작' BCC에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