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33년 만에 3만1000선 돌파
“일본 경제 안정성, 혼란 속 매력 발휘”
디지털 전환 실패·저출산 고령화는 걸림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일본 경제가 수십 년간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일본 증시 역시 해외 매수세에 힘입어 3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닛케이지수는 이번 주 33년 만에 3만1000선을 돌파했고, 토픽스지수는 1990년 8월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증시 시가총액은 19일 기준 5조8000억 달러에 달해 올해 들어 4000억 달러(약 527조4800억 원)가 늘었다. 증가율은 7%다. 시총의 절대적 규모는 중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 폭은 중국의 약 2배 수준이다.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강하게 되살아났다. 엘리엇매니징먼트, 시타델과 같은 대형 헤지펀드가 연초부터 도쿄에 사무실을 열거나 일본 커버리지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급격한 성장세는 아니지만 일본 경제의 안정성이 세계적인 경제 혼란 속에서 빛을 발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니시 테츠히로 노무라증권 임원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중국 주식에서 일본 주식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중국의 정책과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안정적인 일본 투자의 상대적인 매력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스테판 앵그릭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의 힘은 종종 과소평가 되지만 항상 안정적이다”며 “혼란이 가중되는 세계 속에서 일본의 저성장과 안정성의 결합은 오류가 아닌 특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떠오르는 태양’이 ‘지지 않는 태양’이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디지털 전환 실패,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문제는 여전히 일본 경제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벌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 증시 랠리의 지속성에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일본 주식의 비중을 크게 늘리지 않고 있다. 브로커들은 토픽스지수를 33년 만에 최고치로 끌어올린 매수 열기가 성장성 있는 종목을 모색하는 액티브 자금보다는 지수 전체를 사들이는 패시브 자금에 의해 뒷받침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