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인물] 유튜버 김태형 씨 “하한가 사태 예견…품절주‧노잼주 노린 기획작”

입력 2023-05-2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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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설명왕 테이버' 채널을 운영하는 김태형 씨가 18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유튜브 채널 ‘설명왕 테이버’를 운영 중인 주식 유튜버 김태형 씨는 1월 20일 인터넷 방송 도중 시청자에게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주의를 당부했다. 김 씨가 경고한 종목은 선광, 대성홀딩스, 삼천리, 다우데이타, 세방. 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발(發) 하한가 사태가 터지기 3개월 전이었지만, 그는 ‘기획작’이라며 주가 조작 가능성을 짚어냈다.

사태 발생 후 해당 영상은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일명 ‘성지순례’ 영상으로 급부상했다. 김 씨 또한 금융당국보다 먼저 주가 조작을 예측했다며 이목이 쏠리는 분위기다. 본지는 18일 김 씨를 만나 이번 사태를 예측해나간 과정과 그의 투자 철학 등에 대해 들어봤다.

‘품절주‧노잼주’…1년 전 예견한 주가 조작

▲유튜브 '설명왕 테이버' 채널을 운영하는 김태형 씨가 18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사실 김 씨는 지난해 3월 선광을 필두로 주가 조작 가능성을 감지했다. 1월에 하한가 사태 예측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것도 1년 전부터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덕이다.

김 씨는 “2020~2021년에 주가가 계속 오르던 종목들이 있었는데, 이들 종목에 공통점을 발견해 지난해 3월 19일 영상에서도 언급했었다”며 “지난해 하락장이었는데도 거래량도 적고, 호재와 공시도 없는 종목이 우상향을 보이는 게 이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오랫동안 올라가기만 했던 종목이라 누구 한 명이라도 건드리면 큰일 날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씨는 하한가 사태 종목의 공통점으로 ‘품절주’와 ‘노잼주’를 꼽았다. 그는 “유통되는 주식이 적은 ‘품절주’면서 사람들이 관심 두지 않는 ‘노잼주’인 종목 중 공매도가 안 되는 종목을 고르니 상승세를 막을 여지가 없어 (주가 조작에) 성공한 것”이라며 “주가는 시장에서 베팅한 가격이므로 이유가 있다면 수년간 오르는 데 이상할 게 없지만, 그런 것 없이 공매도도 안 되는 상황에서 오르는 건 수상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씨는 “지난해 5~6월 각 종목의 차트를 보면 주가 올라가는 각도가 급경사로 바뀌는데, 이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하면서 증시가 박살 난 시점”이라며 “이때 수익률이 안 좋던 사람들이 ‘여기(하한가 종목) 투자하면 돈이 된다’는 소문을 듣고 너도나도 투자하면서 더 그랬던(급등)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성광 정도만 묶어서 보던 것을 차트 각도가 급경사로 바뀌는 것을 계기로 삼천리 등 지주사가 있는 종목들도 포함해 예의주시했다”고 덧붙였다.

해법은…당국‧기업‧투자자 모두 개선 노력해야

▲유튜브 '설명왕 테이버' 채널을 운영하는 김태형 씨가 18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김 씨는 금융당국이 주가 조작 사태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라덕연 대표 일당은 이렇게 하면 안 걸린다는 과거의 모든 사례를 종합했다”며 “국내 2500개가량 되는 상장사 중 작정하고 숨은 세력을 잡는다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다만 “투자를 오래한 개인 투자자 중 1년 전쯤부터 눈치챘던 이들도 있다”며 “선제대응이 가능한데 안 했다기보다는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았는데 당국이 너무 수동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고 했다.

또 그는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엄청난 권력을 행사한다”며 “주가 급등락을 조사하겠다고 나서고 내부 거래가 이상한 점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때린다”며 “당국도 적극성을 보이고, 기업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해야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김 씨는 투자자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 사람이 시키는 대로 했더니 돈이 되네, 더 맡겨야지, 더 믿어봐야지’라며 만들어지는 게 조작이고, 그 돈으로 행해지는 게 리딩방 사건 사고”라며 “이번 주가 조작 사태도 계좌를 맡긴 사람들의 양심의 문제도 있어서 이런 부분에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식 개선을 위해 “경제 교육에서 어떤 게 투기인지, 갭투자가 뭔지, 사모 펀드가 뭐고 전환 사채가 뭔지 현실적인 내용을 가르쳐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현재 주식 방송도 교육 카테고리로 게시하며 경제 상식을 쉽게 전달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도 필요…개미는 투자전략 찾아야

▲유튜브 '설명왕 테이버' 채널을 운영하는 김태형 씨가 18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김 씨는 국내 자본시장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리딩방이 법망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리딩방 자체를 없애는 것보다 법망을 피할 수 있게 만드는 근본적 수단을 막아야 한다. 리딩방이 이용하는 사다리를 차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상‧하한가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국내서 테마주, 작전주가 날뛸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상‧하한가 제도”라며 “일단 상한가에 가면 공급이 한정된 종목에 이목이 집중되고, 투자가 몰리니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잘하면 주가가 올라온다는 논리로 미국은 상‧하한가 제도가 없다”며 “우리나라는 이를 역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나오니, 이런 수법의 원천이 되는 제도들을 개선하지 않으면 주가 조작 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씨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그는 “스트레스 없는 투자와 살아남는 생존 투자를 하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10년 넘게 투자를 하면서 상장폐지 빼고 다 겪어봤는데, 결국에는 본인한테 맞는 투자를 찾는 게 중요했다”고 전했다.

또 “개인의 속도는 기업의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고, 개인이 아무리 많이 벌어봤자 기업의 규모의 경제를 따라갈 수가 없다”며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을 공부하고 자본을 공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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