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인물] 강남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자동차 산업, 트렌드는 ‘융복합’”

입력 2023-04-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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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겸 서울모빌리티쇼 조직위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고이란 기자 photoeran@)

“자동차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이동 수단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통신 기술, 자율주행 등의 개념이 융복합되며 발전하고 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이하 협회)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자동차 업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융복합’이라고 분석했다. 강 회장의 말처럼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를 필두로 한 친환경차로의 전환, 자율주행 등 통신 기술과의 결합 등이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완성차 기업들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같은 미래형 이동 수단을 포함한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진화를 선포했다.

거대한 변화의 중심의 선 자동차 산업에 발맞춰 협회도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난 12일 본지가 만난 강 회장도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빌리티 아우르는 협회로 탈바꿈할 것”

▲강남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겸 서울모빌리티쇼 조직위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고이란 기자 photoeran@)

지난해 10월 취임한 강 회장은 산업 변화에 맞춰 협회의 이름을 바꾼다. 기존의 ‘한국자동차산업협회’라는 이름으로는 미래 모빌리티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강 회장은 “지난해 자동차 관련 주무부처 중 하나인 국토교통부 내에도 ‘모빌리티자동차국’이 신설되는 등 자동차의 개념이 모빌리티로 확장되고 있다”라며 “협회도 이와 발맞춰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로 이름을 바꾼다. 관련 채비는 모두 마쳤으며 5월 12일 자동차의 날에 공식적으로 협회명을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 이름만 바꾸는 것은 아니다. 향후 협회는 다양한 관련 조직과 연계해 활동 영역을 배터리, IT, 항공, UAM, 철도 등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강 회장은 “이미 친환경차, 자율주행 등 분야별 산학연 협의체를 통해 정부와 협의하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라며 “빠른 시일 내에 부품업계, 전기차 충전소 업계, 자율주행차 협회 등과 연합체를 만들어 전체적인 협업체계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모빌리티 협회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이달 초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실체화하기도 했다. 서울모빌리티쇼의 전신은 ‘서울모터쇼’로, 협회는 지난 2021년 행사부터 ‘모빌리티쇼’라는 이름을 내걸고 전통적인 자동차 외에 다양한 모빌리티 컨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강 회장은 이번 모빌리티쇼 조직위원회의 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강 회장은 “이번 행사는 ‘융복합’을 키워드로 삼고 자동차와 같은 기존 모빌리티 뿐만 아니라 UAM, 드론, 로보틱스 등을 다채롭게 보여주고자 했다”라며 “한 번에 거대한 변화를 보여드릴 순 없지만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산업이 변화하고 있는 방향성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이번 모빌리티쇼에는 여러 새로운 모빌리티 기업이 참가했다. 특히 참가 기업 구분에 ‘뉴모빌리티’ 부문을 마련됐으며 UAM,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가 전시됐다. 이 부문에서는 SK텔레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등 9개 사가 참가했다.

강 회장은 ‘모빌리티’를 담아낸 이번 행사에 대해 “우리나라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데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직은 낯선 ‘미래 모빌리티’…‘모터쇼’ 갈증도 여전해

▲강남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겸 서울모빌리티쇼 조직위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고이란 기자 photoeran@)

다만 미래 모빌리티 산업이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만큼 관람객들이 체감할만한 모빌리티 제품이 적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강 회장은 “아직 모빌리티 산업 전체를 아우르기에는 전시품 수가 적어 다소 아쉽다”라며 “실증 단계, 시험 단계인 관련 기업들이 많았다. 앞으로 더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5년에 열리는 다음 행사에서는 좀 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이 참가해 일반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모빌리티쇼’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담아내고자 했지만 동시에 전통적인 ‘모터쇼’에 대한 갈증도 커졌다. 여전히 모터쇼를 한 장소에서 다양한 완성차 브랜드의 여러 모델을 경험하는 기회로 여기는 시각도 많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서울모빌리티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통적인 모터쇼가 줄어들고 있다”라며 “온라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만큼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모터쇼에 참여해야 할 필요가 줄어들기도 했다”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모빌리티 강국으로 변화, 정부 지원 필요해

▲강남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겸 서울모빌리티쇼 조직위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강 회장은 자동차 산업이 전환기를 맞이한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 완성차 기업 중 현대자동차, 기아 정도를 제외하면 미래 모빌리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중견 3사 중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가 최근 사명을 변경하고 전기차 ‘토레스 EVX’를 공개하며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강 회장은 “기아의 경우 최근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지었고, KG모빌리티도 전기차 전환을 시작했다”면서도 “GM한국사업장(한국지엠), 르노코리아자동차(이하 르노) 같은 한국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중요한 파트너도 전기차 생산 체제를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외국인 투자 촉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기차 신설 공장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지만 기존 내연기관 생산 설비를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는 경우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한국지엠과 르노가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려면 이러한 제도부터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 회장은 “현행 외투 보조금 지원 규정은 생산 능력(케파)을 키우는 증설을 하거나 고용을 늘려야 하는 등 조건이 붙는다”라며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 생산 시설을 전기차 생산 시설로 바꿔나가는 건 생산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어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지엠과 르노의 경우 외투 기업이다.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하면 세액 공제 등의 지원을 받듯이 우리 외투 기업도 지원을 받아야 한다”라며 “외투 기업들도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래차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외투 기업도 함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완성차 기업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한 축을 맡은 부품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대기업이 미래차 전환을 이끌어가야 하지만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사도 따라줘야 한다”라며 “부품사가 전동화 부품 개발 등 기술 개발할 때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미래차 전환 특별법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신속히 입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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