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미국인의 20%는 지난해 가을까지만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국가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응답은 전체의 9%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이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소됐다는 뜻이 아니다. 미국인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적응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물가 안정을 어렵게 만들어 미국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WSJ은 경고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으면 실제 인플레이션 수치도 높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잠재적으로 깊은 경기 침체를 유발하거나, 2%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포기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애초 미국의 인플레이션 급등의 원인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 연방정부의 부양책, 그리고 제로 수준의 금리 등이 꼽혔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요인이 대체로 해소됐다. 공급망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노동 공급도 대부분 회복됐다. 휘발유 가격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부양책은 만료됐고, 연준은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인상했다.
2년 전만 해도 이러한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면 인플레이션이 2%대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9%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WSJ은 이에 대해 “일시적 요인을 가라앉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수록 사람들이 빠른 물가와 임금 상승 속도에 적응할 위험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연준이 노동시장 등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점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사람들은 고물가에 더 적응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길이 길어질수록 실제로 물가가 낮아질 가능성은 적어진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