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 더디지만 노력은 계속돼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12일 점심께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는 한산했다. 참사 발생 6개월, 이태원은 여전히 인적이 드물었다. 거리 곳곳 ‘임대’라고 씌어진 종이가 붙은 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약 20평 규모의 밥집을 7년간 운영해온 A씨는 가게 위쪽 볕이 잘 드는 골목에 그동안 썼던 불판과 테이블, 의자들을 내놓고 있었다. A 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가게 자재 위에 ‘생활폐기물’ 딱지를 붙였다. A 씨는 “원래 주말 하루 매출이 550만 원 정도였는데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다”며 “참사까지 터지니 이제 못 버티겠다 싶어 가게를 내놨다”고 털어놨다.
생활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B 씨는 “참사 직후보다는 손님이 조금 늘었지만 거의 똑같다”며 “그마저도 잠깐 여행하러 온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라 고정 손님은 없다. 근처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이미 다 그만뒀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태원 상권의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이태원 상권회복상품권’(이하 이태원 상품권)을 발행하고, 행사를 개최하는 등 지역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이태원 상권회복상품권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 해당 지역의 침체된 상권을 살리기 위해 서울 용산구가 발행한 지역화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태원 상품권의 결제액은 지난 1월 4억6567만 원, 2월 8억3016만 원, 3월 81억7145만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결제액이 전달 대비 10배 가량 늘어난 것을 보면 유동인구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직까지 이를 체감하기 쉽지 않다. 세계음식거리에서 요리주점을 운영하는 C씨는 "하루 매출이 참사 이전 35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현재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이태원 1·2동, 한남동, 보광동, 서빙고동, 용산2가동 등 용산구 6개 동이다. 참사가 발생했던 이태원 1동보다 주변에서 더 많은 소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C씨는 "이태원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와 사단법인 인플루언서협회는 지난 8~9일 ‘헤이, 이태원 프로젝트’을 진행했다. 이태원의 새로운 성장과 도약을 위한 연 거리전시회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직접 참석해 이태원 상인들에 힘을 실었다. 또다른 소상공인은 "손님이 늘어난 건 느끼기 어렵더라도 이런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 일대 소상공인들은 상권 회복을 위해선 단발성 이벤트보다 금리 지원 등 현실적인 도움이 동반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동희 전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장은 "가게 운영이 어려우니 돈을 빌려야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이태원 참사까지 계속된 한파로 쉽지 않다"며 "이태원 1‧2동에 한해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을 제공하는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