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여파가 독일 도이체방크로 옮겨붙으면서 은행발 금융불안이 재차 커지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금융채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스프레드는 확대되는 등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가 전방위적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시장의 경계감이 지속되면서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은행채(장외)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조3718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3조4026억 원)과 2월(3조239억 원)보다 각각 59.68%, 54.63% 급감했다. 기타금융채도 1~2월 평균 2조4810억 원대에서 이달 2조1982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국고채 3년물과의 금리 차를 뜻하는 스프레드도 벌어지고 있다. 전일 기준 은행채 AAA급(3년물) 신용 스프레드는 50bp(1bp=0.01%포인트)로, 한 달간 7bp 확대됐다. AA+급 여전채의 3년물 신용 스프레드도 한 달 새 11bp 오른 65bp를 나타냈다.
발행 규모도 감소세다. 은행채와 기타금융채의 합산 발행액은 1월 15조5200억 원에서 2월 16조6830억 원까지 늘었다가, 이달 들어서 다시 14조1490억 원으로 감소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유동성과 건전성을 고려하면 글로벌 은행 리스크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주요 은행의 자본비율은 ‘G-SIB(시스템적 중요 글로벌 은행)’ 최저자본비율 수준인 11.5%, 경기대응 완충 자본을 고려한 12.5%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장 참여자들의 과도한 우려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뱅크데믹’(은행과 팬데믹의 합성어)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은행 스트레스가 전이되는 3가지 경로 중 하나로 시장 참여자들의 ‘위험 회피 증가’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안전자산 선호를 좀 더 오래 유지시킴과 동시에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코코본드를 중심으로 한 채권시장 불안은 국채로의 자금 쏠림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