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처럼 '성 착취'도 인신매매로 본다…처벌책 미비엔 비판도

입력 2023-03-27 13:29수정 2023-03-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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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연합뉴스)
올해 1월부터 ‘인신매매방지법’이 시행된 가운데 앞으로는 장기적출처럼 인신매매하면 떠오르는 통상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성적 착취’ 또한 인신매매로 간주된다.

27일 김현숙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주호 교육부장관 주재로 열린 제1차 인신매매등 방지정책 조정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1차 인신매매등 방지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성매매와 성적착취 △노동력착취 △장기적출 등 착취에 해당하는 경우 인신매매 ‘목적’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여기에 ‘행위’, ‘수단’도 구체화해 관계기관이 피해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22 인신매매 보고서’의 권고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2등급(TIER 2)으로 하락했는데, 당시 우리나라 현황을 두고 “인신매매자들은 가출한 아이들과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술집, 나이트클럽, 여타 유흥업소, 인터넷에 광고된 서비스 등 상업적으로 성을 착취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공개된 미 국무부 '2022 인신매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인신매매 근절 노력을 의미하는 등급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락한 모습을 그래프로 표시했다 (미 국무부 '2022 인신매매 보고서')

다만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한다고 해서 모두 인신매매 사례로 보는 것은 아니다. 이날 오전 언론 대상 브리핑에 나선 이재웅 여가부 인신매매방지대책추진TF 팀장은 “디지털음란물을 예로 들 경우,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한다면 (인신매매로) 볼 가능성도 있지만 ‘행위’, ‘수단’ 요소도 함께 봐야 (확실한) 인신매매 피해자로 의심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단서를 들었다.

인신매매의 ‘목적’ 뿐만아니라 ‘행위’(모집·운송·은닉·인계인수)와 ‘수단’(위력·위계·그 밖에 이에 준하는 수단) 중 각 하나에도 해당해야 피해 사례로 본다는 것이다.

여가부는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피해자 식별지표를 검사, 사법경찰관리, 출입국관리공무원, 외국인 관련 업무수행 공무원에게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매년 1월 31일까지 관련법에 의거해 활용 실적을 제출받을 계획이다.

또 인신매매 피해 상담전화(1600-8248)를 개설, 운영하고 외국인의 경우 다누리콜센터(1577-1366)와 외국인종합안내센터(1345)와 협력해 상담 진행한다.

▲지난해 7월 공개된 미 국무부 '2022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2등급(노란색)을 부여받은 모습. 대만은 1등급, 중국과 북한은 3등급이다. (미 국무부 '2022 인신매매 보고서')

다만 이번 종합계획 발표의 뼈대가 된 ‘인신매매방지법’은 시행 단계부터 ‘처벌 조항’이 담겨있지 않아 한계점으로 지적돼 왔다. 현재로서는 인신매매에 해당하는 사례로 판단되더라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개별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때문에 오늘 발표된 '제1차 인신매매등 방지 종합계획(2023~2027)' 역시 각 부처가 개별법에 따라 점검, 처벌을 강화하도록 권고하는 차원의 방향성이 담겼다.

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하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이날 “지금까지의 문제는 인신매매자가 인신매매로 처벌받는 게 아니라 출입국관리법 위반, 성매매 알선 등으로 처벌받았다는 것”이라면서 “지난해 미 국무부가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에서 우리나라가 2등급으로 떨어진 것도 여태까지 처벌이 잘 안됐기 때문"이라고 문제를 짚었다.

또 “(이미 존재하는) 개별법을 가져다 ‘인신매매 등 범죄’로 묶어서 범주화만 다르게 했을 뿐, 실제적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인신매매방지법을 비판하면서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건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는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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