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10일 미국 2월 고용지표에 눈길 쏠려
한은은 10개월 만에 4%대로 낮아진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금통위 당시의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6일 평가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기저효과로 인해 상당폭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이날 오전 8시 30분 본관 15층 회의실에서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최근 물가 상황과 향후 물가 흐름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환석 부총재보는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축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전월보다 낮아졌는데, 이는 지난달 금통위 당시의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상당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작년 3월 석유류가격은 전월 대비 13.8% 급등한 바 있다.
이처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다음 달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3일 기준금리 결정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동결 이유에 대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부터는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굳이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3월 이후 물가 상승률 둔화를 전제로 금리를 동결했는데, 실제 물가 흐름이 이 전망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필요성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4%대로 낮아졌고 3월에는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다음달 기준금리는 동결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미국이다. 우리나라 금통위는 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되는 이벤트는 오는 10일 밤에 발표될 미국 2월 고용지표다. 최근 미국의 긴축 강화 전망은 지난 1월 고용지표가 생각보다 너무 강하게 나오며, 터미널 레이트(최종 금리)를 5.25%까지 후퇴시킨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번 발표는 21일 예정인 FOMC 일정 전에 발표될 마지막 고용지표다. 지표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추가적인 매파적(긴축 선호) 스탠스가 나타날 수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의 슈퍼 서프라이즈(비농업 고용 51만7000만 명)에서 2월 20만 명 수준(컨센서스)으로 정상화될 경우, 과열의 해석들이 희석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주간 단위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로 살펴본 현재 미국 고용은 쉴 틈이 없어 보이긴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우리나라 물가 움직임 역시 봐야 한다. 국제유가 추이, 공공요금 인상 폭 및 시기, 유가 및 공공요금 상승에 따른 2차 파급영향 등 다양한 변수가 산적하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는 연중 목표 수준(2%)을 웃도는 오름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폭 및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