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TF 활용 신종 ‘그림자 내부자거래’ 급증

입력 2023-02-2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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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등이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 악용
당사 대신 경쟁사 주식이나 ETF 사들여
연평균 2750억원 달해
SEC, 소송 제기·증권법 개정 등 감시 강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본부. 워싱턴D.C./AP뉴시스
미국에서 내부자거래의 신종 수법인 ‘그림자 내부자거래’가 급증하고 있다고 2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일반적인 내부자거래는 기업 인수·합병(M&A) 등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로 부당하게 이익을 얻는 거래다. 반면 그림자 내부자거래로 불리는 새 수법은 해당 기업 주식을 직접 매매하는 게 아니라 관련 업계의 주가 상승을 전망해 경쟁사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는 것이다.

호주 시드니공과대학과 라트비아 소재 ‘리가 스톡홀름경제대학(SSE Riga)’은 1월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ETF를 사용한 그림자 내부자거래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2009~2021년 M&A를 발표한 3209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M&A 발표 5일 전까지 해당 기업을 포함한 ETF에서 거래량이 통상적 수준보다 50% 이상 많은 ‘이상 거래’가 인식됐다. 그 규모는 연평균 2억1200만 달러(약 2750억 원)에 달했다.

그림자 내부자거래는 기존 내부자거래보다 규제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쉬워 최근 늘고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회사 내부자가 자사 주식을 매입하는 내부자거래는 적발될 확률이 높지만, 경쟁사나 다른 기업이 같이 편입된 ETF를 사들이는 것은 내부자거래로 인식될 확률이 낮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1년 8월 처음으로 그림자 내부자거래를 불공정거래로 인정하고 해당 거래자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SEC는 2016년 화이자의 자사 인수 사실을 알고 있던 메디베이션 내부자가 인수 발표 전 경쟁사인 인사이트 주식을 사들여 10만7000달러의 이득을 본 것이 내부자거래와 같다고 판단했다. 메디베이션 인수가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노리고 인사이트 주식을 거래했다는 것이다. 해당 직원은 내부자거래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지난해 1월 법원은 이를 각하하고 내부자거래로서 소송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뒤이어 SEC는 지난해 말 내부자거래 규제 강화를 위해 증권거래법을 일부 개정했다.

아직 기존 내부자거래보다 위법성 증명이 어려운 만큼 SEC의 그림자 내부자거래 실태 규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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