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값 오르고 판로 축소…산업계 “조속히 종전돼야” [우크라 전쟁 1년]

입력 2023-0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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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노선 중단ㆍ항로 우회 부담↑
석화, 유가 상승 불구 수요 급감
차, 러 법인 셧다운에 실적 타격

종합상사, 고환율발 실적 호재
방산, 수출액 22.5조 역대 최대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러시아 포격에 시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헤르손(우크라이나)/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이 1년간 이어지면서 산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2월 24일 전쟁 발발 당시와 달리 큰 동요는 없지만 장기화로 인한 원자잿값·물류비 상승, 판로 축소 등 불안 요인으로 인한 경영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조속한 종식을 바라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항공,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업종에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세계 공급망 혼란이 심각할 것이라는 전쟁 초기 예상과 달리 안정을 찾은 일부 업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포스트 워’를 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가장 피해가 큰 업종은 항공이다.

대한항공은 러시아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특히 기존 러시아 영공을 지나던 유럽, 미국 노선 항로를 우회하게 되면서 유류비 부담이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이 국제 유가마저 끌어올려 비싼 기름을 더 많이 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비용적인 측면에서 치명적이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상승은 원유를 원재료로 쓰는 석유화학 업종에도 타격을 줬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했다”면서 “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한 만큼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가는 올랐는데 수요가 줄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말했다.

철강 업종도 사정이 좋지 않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원자잿값이나 철강 제품 가격에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업황도 좋지 않은데, 가격 안정화 측면에서 하루빨리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쟁 이후 재건 사업으로 인한 철강 수요 증가 전망에 대해 “아직 체감하기 어렵지만 기대는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종은 전쟁 직후 러시아법인 가동을 중단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현대차 러시아법인(HMMR)의 지난해 1, 2월 평균 판매량은 약 1만7000여 대 수준이었으나 7월 14대로 급감한 후 현재까지 판매 실적은 없다.

폭스바겐, GM,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현대차·기아는 아직 철수 여부 결정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2020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옛 GM 공장을 인수 후 양산을 앞둔 상태여서 쉽게 발을 빼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종합상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X인터내셔널, 삼성물산, 현대코퍼레이션 등 국내 4대 종합상사는 모두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뒀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제조기업은 비용 부담이 커지지만, 중개하는 종합상사는 마진이 더 커진다. 트레이딩 마진을 달러로 받는 업계 특성상 달러 강세에 따른 수혜도 입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 각국이 군 전력 증강에 나서면서 방산 업종도 수혜를 봤다. 지난해 방산업계의 수출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173억 달러(약 22조 4900억 원)를 기록했다.

전자ㆍ조선 업종은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3월부터 러시아 제품 생산 판매 부품 공급 신규 수출을 중단했다”면서 “전쟁이 끝난 이후 거래처나 소비자 판매 재개될 때 대비해서 고객 케어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사들은 유럽의 에너지원 공급 다변화 정책으로 인한 수주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LNG 공급은 현재의 파이프라인 방식이 비용이 적게 들지만, 전쟁을 계기로 유럽 국가들이 해상 운송을 고려하면서 LNG운반선 수요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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