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경기침체 여파에 잇단 ‘어닝쇼크’…미래 먹거리 고심

입력 2023-02-11 06:00수정 2023-02-1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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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작년 실적 부진
태양광 집중한 한화솔루션만 전망 밝아
석화업계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 추진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 (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등의 여파로 잇따라 부진한 실적을 냈다. 업계는 배터리 소재·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2조2760억 원, 영업적자 7584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보다 22.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4분기 영업손실만 3957억 원으로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롯데케미칼 측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가격 및 수요 감소, 원료가 상승 등 대외 불안정성이 지속됐다”고 실적 부진 이유를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금호석유화학은 8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7조9756억 원, 영업이익 1조147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보다 5.7%, 영업이익은 52.3% 감소했다.

LG화학도 지난달 31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1조8649억 원, 영업이익 995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0.4%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4.5%나 급감한 1913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롯데케미칼, LG화학, 금호석유화학과 함께 화학 빅4에 포함된 한화솔루션은 유일하게 호실적을 낼 전망이다.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 부진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49% 늘어난 1조1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한화솔루션은 16일 실적을 발표한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사진제공=롯데케미칼)

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 원인은 석유화학 시황 악화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수요가 위축됐고, 국내외 석유화학 생산시설 신·증설에 따라 공급과잉 현상도 겪었다. 업계는 올해 중국의 리오프닝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반등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는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편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소재·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에 투자하며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배터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한 유상증자를 통해 1조2155억 원을 조달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가 마무리되면 연간 매출 1조 원 이상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파키스탄 고순도테레프탈산 생산·판매 자회사인 롯데케미칼 파키스탄(LCPL)을 매각하기도 했다.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사업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LG화학 역시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설비투자에 4조 원을 투입하며 3대 신성장 동력 마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특히 LG화학은 첨단소재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양극재 출하 물량을 50% 이상 확대해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이 4조 원을 투자한 미국 테네시 양극재 공장도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최대 규모인 연산 12만 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 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탄소나노튜브(CNT)를 미래 먹거리 사업 중 하나로 정하고 배터리 소재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CNT는 전기와 열전도율이 구리 및 다이아몬드와 동일하고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소재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 자동차 정전도장 외장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충남 아산공장에서 연산 120톤 규모의 CNT를 생산하고 있다. 내년까지 여수 율촌산업단지에 공장을 준공해 연산 360톤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이 중국 업체들의 대대적인 증설과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으로 인해서 점차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신사업을 발굴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 석유화학 업체만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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