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고율 인상에도 미준수율 수치는 하락…부작용을 감추려 한 듯
실제로 최저임금 16.4%가 올랐던 2018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경활조사)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15.5%로 최저임금이 7.1% 올랐던 2017년의 13.3%에 비해 2.2%포인트나 상승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10.9% 오른 2019년에는 미만율이 16.5%까지 치솟아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338만 명에 달했다. 최저임금이 2년간 30%나 오르면서 지불능력이 부족한 영세기업들이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였다.
그런데 고용부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고용형태조사)에서는 최저임금 미만율 추세가 반대로 움직였다. 2017년 6.1%였던 미만율은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2018년에는 오히려 5.1%로 하향곡선을 그린 뒤 2019년에는 4.8%(78만8000명)로 또다시 떨어져 ‘통계 마사지’ 의심을 들게 했다.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는 경활조사와 고용형태조사의 미만율 추세는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최저임금 인상폭이 크면 두 기관 조사의 미만율도 함께 높아졌고 인상폭이 작으면 미만율도 모두 하향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통계마사지가 한창 진행되던 2018년과 2019년에는 고용형태조사와 경활조사의 최저임금 미만율 추이가 반대로 움직여 통계를 조작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들게 했다. 두 기관 조사의 미만율 격차를 보면 2017년까지는 7%포인트 안팎을 기록했으나 2018년 이후에는 서로 다른 추세를 보이면서 10%포인트를 넘기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라 경활부가조사의 미만율이 상승한 데 반해 고용형태조사의 미만율이 낮아진 데 따른 결과다. 고용실태조사의 낮은 미만율은 노사 간 최저임금인상 협상 때 노동계의 고율인상 근거로 제시되곤 한다. 최저임금을 많이 올려도 대부분의 기업이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논리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여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은 ‘마차가 말을 끄는’ 비정상적 경제논리여서 국내외 주류 경제학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문 정부는 소주성 정책을 고집하다가 일자리 감소와 양극화 악화를 촉발하자 통계마사지를 통해 소주성의 부작용을 감추려 한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의 고율 인상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고 빈부격차를 줄이겠다는 소주성이 시장의 반격을 받자 문 정부는 크게 당혹해했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한 2018년 임금 양극화 해소와 경제성장을 기대했으나 빈부격차는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악으로 벌어졌고 고용악화는 더욱 심화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때 소주성를 설계한 홍장표 수석과 강신욱 당시 보건사회연구소 연구실장, 한국노동연구원 박사 등은 ‘통계마사지’에 착수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을 호소할 때 문재인 대통령은 마사지한 수치를 토대로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효과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통계마사지 효과’ 때문이란 비판을 받았다. 최저임금 미만율 마사지도 ‘소주성 효과’를 거들기 위해 동원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 국가통계 조작을 둘러싸고 문 정권 차원의 조직적 시도가 있었는지 감사 중이다. 정부 정책의 기본이 되는 국가통계를 조작하면 국정 전반이 왜곡될 수 있다. 통계지표를 토대로 정책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잘못된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면 커다란 범죄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 무지한 정책을 펼치다 정책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통계조작까지 초래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