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례 감독 "'우생순' 이후 생각 바뀌어...관객 사랑받는 영화 가치 있다"

입력 2023-01-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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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우생순’ 이후에 생각이 바뀌었어요. 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열렸죠.”

임순례 감독이 제작비 150억 원이 투입된 ‘교섭’으로 설 연휴 관객을 만난다. 너절한 청춘의 도전을 담은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나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요리 영상으로 힐링을 전한 ‘리틀 포레스트’(2018)와 같은 색깔 또렷한 작품으로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좀 낯설 수 있는 상엽영화다.

‘교섭’은 2007년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던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 사건을 다룬다. 당시의 사회적 논란은 배제하고, 우리 국민을 구출하기 위한 외교 공무원들의 분투를 다룬 전형적인 상업 영화의 결로 완성했다. 요르단 로케이션 촬영으로 볼거리를, 국정원 요원 대식(현빈)의 액션과 외교부 교섭관 재호(황정민)의 전략적 언어로 오락 요소를 갖췄다.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이틀 앞둔 16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순례 감독은 “아마 전작 ‘리틀 포레스트’를 본 관객이라면 이게 같은 감독이 맞나 싶을 것”이라면서 웃었다. 그는 “‘세친구’(1996)나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연출하던 초창기만 해도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고집이 있었지만,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2008)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고도 했다.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우생순)은 작가주의적 작품을 주로 맡았던 임 감독의 영화산업 내 입지를 단번에 끌어올려 준 영화다. 국가대표 여성 핸드볼 팀의 분투기로 짙은 감동을 선사하면서 대중적 호평을 끌어냈고, 400만 명을 동원해 흥행에도 성공했다.

임 감독은 “‘우생순’ 이후로는 어떤 소재가 됐든 그 시대 관객이 원하는 곳으로 같이 발걸음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관객의 사랑을 받는 영화의 가치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상업 영화 ‘교섭’도 그런 맥락에서 시작될 수 있었던 작업이다.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임 감독은 ‘교섭’의 주인공으로 활약한 황정민과 현빈을 두고는 “둘 다 상업 배우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사랑을 받는 측면은 좀 다르고 그래서 서로 이질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면서 “그 이질적인 에너지가 영화 초반에는 대립하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균형을 맞춰 서로를 아끼고 신뢰하는 모습으로 보였으면 했다”고 전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교섭’의 중요 비중을 차지한 서아시아 국가 요르단에서의 로케이션 촬영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요소였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2015),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2021) 등 할리우드 SF 영화가 촬영지로 두루 거쳐 간 곳이다.

임 감독은 2020년 '교섭' 촬영 당시 “한국 스태프 100명, 요르단 스태프 100명 정도가 모였다”면서 “액션 신을 찍을 때는 양쪽의 무술팀에 더해 총기 관리를 위해 요르단 군부대에서 나온 인력까지 있어 규모가 훨씬 더 커졌다”고 기억했다.

또 “보조 출연자를 100명 부르면 현장에 온 이들이 친구와 사촌을 불러들여 통제되지 않은 인원이 많았다”고 돌이키면서 “당시에는 황당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좀 재미있는 일”이라며 웃었다.

▲'교섭' 요르단 로케이션 촬영 당시 모습. 촬영 중인 황정민(왼쪽)의 뒷모습이 보인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스태프 휴식 공간, 화장실 등을 마련하기 위해 사막 위로 거대한 텐트 군락을 설치하는 현지 스태프의 작업을 지켜 볼 때는 "내가 이 규모를 다 책임지고 가야 하는구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한다.

그가 ‘교섭’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작비 100억 넘는 상업 영화를 연출한 첫 번째 여성 감독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담감이다. 임 감독은 "개봉 때가 되니 그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면서 “이 영화가 여성 감독도 큰 규모의 예산을 잘 다룰 수 있고 어떤 장르의 영화도 잘 찍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 일조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임 감독은 "26년 정도 영화 일을 하면서 형식도, 결도, 예산의 규모도 모두 다른 작품을 연출했지만 그럼에도 모든 작품을 관통한 건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 '동시대를 사는 이들에 대한 연민'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관객도 그런 부분을 인정하고 좋아해 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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