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손 올린 30대 딸, '선 넘은' 가족 이면엔...'라인'

입력 2023-01-1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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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스틸컷 (엠엔엠인터내셔널(주))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엄마에게 손찌검을 한 30대 큰 딸이 집 100m 이내 접근금지 명령을 받는다. 만삭의 몸인 둘째 딸은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아직 청소년인 막내딸은 가족의 과격한 충돌에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25일 개봉하는 ‘라인’은 속칭 ‘막장 가족’의 이야기다. 사건의 피해자인 엄마(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가 마음의 상처를 연애로 치유하겠다며 새로운 남자친구를 집으로 들일 때 관객은 이 가족의 범상치 않았을 지난날들을 추정하게 된다.

‘라인’은 이들의 사연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제목이 의미하는 바 대로 가족 사이에 그어진 넘지 못할 심리적 경계선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작품이다.

사건 이후 막내딸 마리옹(엘리 스파그놀로)은 밧줄을 들고 집 근처 100m를 측정해 페인트로 또렷한 선을 그린다. 더 이상 갈등을 촉발하지는 말라는, 큰 언니 마르가레트(스테파니 블렁슈)를 향한 진심어린 경고다.

▲'라인' 스틸컷 (엠엔엠인터내셔널(주))

연출을 맡은 위르실라 메이에 감독은 해외배급사 메멘토 인터네셔널을 통해 “대부분 스토리에서 이야기를 끌고가는 것은 인물들의 만남이지만, 이 영화에서 스토리의 역동성은 주인공과 나머지 가족들 사이의 거리 그 자체로부터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관객은 몇 가지 단서로 이들이 왜 멀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가늠한다. 엄마는 너무 이른 임신으로 음악가로서의 삶을 포기하다시피 했고, 그렇게 태어난 큰딸은 유독 말썽스러웠다. 극 중 직접 언급되지는 않지만 감독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큰딸이 “경계선적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과 유사하다”고 여기고 연출했다고 한다.

다만 ‘대체 왜’를 궁금해하는 관객에게는 애매한 뒷맛을 남길 수 있는 전개다. 가족간 물리적 충돌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뒤따르는 건 사건의 전말이 아닌, 가족 구성원 각자가 품고 있는 어떤 정서다. 갈 곳을 잃은 큰딸은 전 남자친구를 찾아가 위안받고, 막내딸은 신에게 더 간절하게 기도할 뿐이다.

▲'라인' 포스터 (엠엔엠인터내셔널(주))

답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 서사를 보완하는 건 음악이다. 큰딸 역을 맡은 스테파니 블렁슈는 가수 겸 배우로 이 작품을 감독에게 직접 제안하고 시나리오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가 역동적인 분노를 잠재운 채 선보이는 쓸쓸한 음성의 몇몇 장면은 이 영화의 주요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대목이다.

가족 사이의 복잡미묘한 감정적 충돌을 은근한 방식으로 조망하는 접근은 위르실라 메이아 감독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뒤 국내 개봉했던 ‘시스터’(2012)에서도 스키장 물건을 훔쳐 파는 어린 남동생과 그에 의탁해 살아가는 철없는 누나(레아 세이두)의 이야기로 망가져가는 가족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긴 시선을 보여줬다.

신작 ‘라인’은 '로제타'(1999), '더 차일드'(2005)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거머쥔 칸의 거장 다르덴 형제가 제작을 맡은 작품인 만큼,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 또한 관심을 둘 만하다.

18일 수입배급사 엠엔엠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감독의 데뷔작이자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했던 ‘홈’(2008) 역시 망가져가는 가족을 그린 작품이었다”면서 신작 ‘라인’은 “경계선을 그어도 결국에는 멀어질 수 없는 가족 이야기에 더해 ‘사람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라인’, 25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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