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리 낮아져도…취약차주는 올해도 버겁다

입력 2023-0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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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다가 2년 전 은행에서 연 2.8% 금리로 신용대출을 통해 3500만 원을 빌렸다. 대출을 처음 받을때는 월 납부해야 할 이자가 8만2000원 수준에 불과했다. 원금을 합쳐도 월 상환금이 60만 원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점차 금리가 오르면서 지난해 10월 금리가 연 5.18%로 오른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A 씨는 월 이자가 14만7000원, 원금까지 더하면 월 70만 원대의 상환금을 납부하게 됐다. 문제는 A 씨의 대출이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혼합형 주택담보대출도 받았다. 아직까지는 5년간 고정금리가 적용받지만, 이 추세대로 라면 이자부담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도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하락 폭이 크지 않아 취약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큰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취약차주들의 대출길이 막혔다는 점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13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금리는 연 4.780~7.410%다. 지난 6일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8.110%로 8%대를 넘겼지만, 일주일 새 0.7%포인트(p) 낮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대출금리 인하도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3일 "은행이 작년 순이자이익 등 규모에서 여력이 있기에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기업의 부담이 큰 점을 개별 은행들이 살펴봐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13일부터 주담대,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등 방식으로 금리를 사실상 최대 0.9%p, 1.55%p씩 내렸다. NH농협은행도 20일부터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0.8%p 인하하기로 했다.

언제든 금리는 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속해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13일 열린 한은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면서 일곱 차례 연속 인상을 결정했다. 한은은 "물가오름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돼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에도, 취약차주들의 불안감은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취약차주들은 당장 추가 대출을 받고 싶어도 대출길이 꽉 막힌 상황이다. 캐피탈·저축은행 등 2금융권 10여 곳은 토스, 카카오페이 등 대출 중계 플랫폼을 통한 대출 신청 자체를 막았다.

캐피털 업계 1위 업체인 현대캐피탈도 지난해 말 외부 플랫폼을 통한 신규 대출 영업을 중단했고, 일부 저축은행은 서민정책금융 상품인 햇살론 신청마저 받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에선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2금융권에서는 조달금리의 지속적인 상승과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어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취약차주들이 가장 많이 찾는 2금융권도 워낙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보니 취약차주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이들이 2금융권에서 내몰리면 무등록 대부업체나 사채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이들을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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