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 플랫폼’의 추락…딥테크로 몰리는 대규모 시드 투자금

입력 2022-11-1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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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투자금 AI·SaaS·반도체 등 성장 가능성 큰 미래 분야에 집중
VC “B2C 플랫폼 투자 자제 지침”…정부 딥테크 정책 발표도 영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컴업 2022'에서 개막식에 앞서 참여 스타트업 전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경기 위축에 벤처캐피탈(VC)의 투자 기준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국내 스타트업 시장 이끌었던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플랫폼 기업들 대신 기업과기업간거래(B2B) 플랫폼, 또는 딥테크 스타트업에 돈이 몰리고 있다.

14일 스타트업 정보업체 스타트업레시피에 따르면 시드 투자단계에서부터 60억 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들은 B2C를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 대신 B2B 대상 플랫폼 또는 딥테크 분야 기업이 주를 이뤘다. 특히 기술력을 가진 블록체인과 게임, 소프트웨어(AI, SaaS, 반도체), 디지털 헬스케어 등 성장 가능성이 큰 미래 분야에 집중됐다.

블록체인 인프라 스타트업 에이포엑스는 올해 두 차례 시드 투자를 받아 150억 원을 확보했다. 에이포엑스는 밸리데이터(검증인) 사업을 중심으로 서비스형 거버넌스(GaaS), 리서치 콘텐츠, 프로덕트 개발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영상검색 솔루션을 제공하는 트웰브랩스는 해외 VC로부터 60억 원의 시드 투자 유치를 받았다.

트웰브랩스는 NLP와 컴퓨터 비전을 융합, 수많은 영상 가운데 입력된 검색어에 해당하는 장면을 정확히 찾는 기술을 개발했다. 시드 단계에서 160억 원을 투자받은 슈퍼센트는 K-콘텐츠를 무기로 글로벌 게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초기 투자 단계에도 큰 유치금을 받은 배경에는 각 기업만의 독자 기술력에 있다. 투자 혹한기인 상황에서 딥테크라는 미래 성장 가능성으로 밸류(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초기 투자 자금도 적고 누구나 쉽게 플랫폼 기업을 창업할 수 있는 시대가 투자 위축으로 사라지고 있다”며 “거품이 꼈던 스타트업 시장에 기술력을 가진 옥석들이 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B2C 플랫폼들은 울상이다. 이용자들을 확보했어도 플랫폼이란 특성에 따라 기술력과 사업모델이 뚜렷하지 않아 초기 투자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구체적으로 투자 유치를 위해선 VC들은 출자자(LP)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투자 기조 변화로 이를 얻기 힘들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VC들은 심사역들에게 B2C 플랫폼 투자를 자제하라는 지침까지 세우기도 했다.

최근 열렸던 스타트업 행사 ‘컴업 2022’에서 한 B2C 스타트업 대표는 “pre-A 투자를 위해 30여 군데의 VC와 접촉했지만 ‘다른 LP가 투자에 동의하면 나도 하겠다’는 투자자가 늘어났다”며 “아무도 그 시작점을 먼저 끊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초기 투자 단계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B2C 플랫폼 대표는 “다른 LP의 눈치를 보며 VC가 투자를 망설이는 사이 그 스타트업은 죽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체질 변화에 나선 정부의 방침도 현 투자 기조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그간 스타트업계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플랫폼 기업 대신 기술력을 중심으로 한 딥테크 스타트업 10대 분야를 정하고, 이를 육성한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B2C 플랫폼 기업들을 제외한 딥테크 10대 분야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AI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전 △양자기술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유망 분야를 지금 10개로 선정을 했는데 이 유망 분야는 사실 내년이나 후년 가면 또 달라질 수 있다”며 “이런 시장 상황 때문에 VC들이 잘 투자하지 않는 영역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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