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들이받은 ‘불량엄마’ 속내는…'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입력 2022-11-0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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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포스터 (찬란)
“엄마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제발 사과 한 번만 해줘”

“(딸을 응시하다가) 젖 줄까? 너 왜 자라지를 않아”

엄마가 차로 딸을 들이받았다. 엄마 수경(양말복)은 보험사 직원에게 급발진 사고였다고 주장하지만, 딸 이정(임지호)은 고의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고 합의를 거부한다.

10일 개봉하는 김세인 감독의 신작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모성이라는 통념에 맞춰 사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는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평생 주눅 들어 성장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딸의 관계를 밀도 깊게 들여다본 작품이다.

지난해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 커런츠 상, 올해의 배우상 등 5관왕에 오르고 그해 서울독립영화제, 여성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수상을 모두 휩쓸며 한국 영화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스틸컷 (찬란)

영화 속 엄마 수경은 일반적인 인식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인다. 딸을 손쉽게 폭행하고 집을 자주 비우는 그는 친구들에게 ‘불량엄마’ 소리를 듣고도 어물쩍 웃어넘긴다. 엄마이기보다 한 개인이자 여자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읽히면서 거부감과 공감을 함께 불러일으키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가장 사랑받아야 할 대상인 엄마로부터 오래도록 상처받으며 회사 생활마저 원활치 않게 된 딸 이정은 여리고 미숙한 인생의 단면을 드러내며 고통받는다.

지난 1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 감독은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이 원래부터 이상하고, 잘못되고, 괴팍하고, 소심해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두 모녀 사이에 오랜 시간이 누적됐음을 시사했다.

또 “인물을 매력 있게 그려낸다면 관객분들이 캐릭터에 마음을 주고, 이 사람들이 왜 이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 내면을 바라봐 주지 않을까 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스틸컷 (찬란)

제목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한 속옷을 나눠 입을 정도로 삶이 밀착돼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녀'보다 '두 여자'로 분리된 관계에 더 가까운 상태가 된 주인공들을 비유한다.

엄마 수경 역을 힘있게 연기한 배우 양말복은 기자간담회에 함께해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안다고 생각했던 걸 다시 한번 물어볼 수 있고,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영화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딸 이정 역을 맡은 임지호는 “모녀 관계에서 다른 관계가 어떻게 파생되는지까지 보여준다. 다양한 관계에 대해 수많은 입장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짚었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10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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