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소비·투자 모두 ‘흔들’…韓경제 복합적 위기 가중

입력 2022-1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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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감만(사진 위) 및 신선대(아래)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수출 2년 만에 감소세 전환...소매판매·설비투자 다시 뒷걸음질
추경호 “내년 더 어려워”...2020년 이후 최저 1%대 성장 우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고, 내수를 지탱하는 소비와 투자마저 다시 부진해지면서 우리 경제에 불어 닥친 복합적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24억8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 감소했다. 전년대비로 2020년 10월(-3.9%) 이후 2년 만에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주요국 통화 긴축,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보다 17.4%이나 급감하고, 우리나라 최대 수출 시장인 대중(對中) 수출이 15.7% 줄어 든 것이 수출 감소 전환의 주 원인이다.

수출 전망은 어둡기만 한다. 세계 경기 둔화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수출 경쟁력이 더 약화할 수 있어서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내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4.6%, 반도체 시장 규모는 6620억 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반도체 시장이 역성장했던 2019년 이후 최저치다.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인한 중국의 성장률 둔화 지속과 미·중 패권경쟁 심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우리 수출에 큰 부담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주력품목을 중심으로 대중 수출 감소를 더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 수출은 지난달까지 5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수출 감소가 계속된다면 에너지 등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으로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 속에 달러 유입 저하로 이어져 고환율을 심화시킬 수 있다. 고환율을 막기 위한 외환보유액 감소로도 이어진다.

내수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9월 서비스업 생산이 도소매 등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0.3% 줄면서 6월(-0.2%) 이후 3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1.8% 줄면서 한 달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는 미국 통화긴축에 따른 고환율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과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5%대의 고물가가 계속되고, 고물가를 막기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급증한 가계부채로 소비 여력이 저하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 전망도 어둡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2.6포인트 하락한 88.8을 기록했다. 7월(-10.4p) 이후 석달 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CCSI는 2003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장기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해 이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CCSI 하락은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 금리인상 가속화, 경기둔화 우려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가계부채 또한 덩달아 늘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소비와 함께 내수를 지탱하는 설비투자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9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2.4% 줄면서 한 달 만에 하락 전환했다.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6.6%) 투자가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설비투자가 다시 상승 전환할 지는 미지수다. 경기 둔화 우려와 급격한 금리 인상 속 지난달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으로 회사채 등 자금시장의 유동성 공급이 경색되면서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SK하이닉스, HD현대, 한화솔루션 등 일부 대기업들은 국내 공장 증설 투자에 대해 보류, 중단, 계획 철회에 나선 상태다.

이처럼 수출과 소비, 투자 부진의 복합적 위기가 고조된 우리 경제가 내년에는 더 안 좋아 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말 확대 간부회의에서 "내년 세계경제 전망이 악화되면서 우리 경제가 내년 상반기에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역성장을 한 2020년(-0.7%) 이후 최저인 1%대 저성장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3년 국내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파급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성장률이 1.8%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우리 수출 전망이 좋지 않고 물가 상승과 금리인상으로 민간 소비마저 위축될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도 비슷한 이유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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