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파에 강남 빼곤 집값 ‘와르르’…하락세 버텨낸 지역은 따로 있네?

입력 2022-10-12 16:55수정 2022-10-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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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수도권 집값이 무너지고 있다. 정부 통계 기준으로 수도권에선 서울 강남지역과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이 최근 일 년간 오른 집값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하락 전환했다. 민간 통계 기준으로도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하락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 용산·서초 강세…외곽지역은 '울상'

12일 본지가 지난 해 10월4일부터 올해 10월3일까지 최근 1년간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은 0.3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집값 내림세에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지난해 하반기 집값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셈이다.

서울 전체 집값은 하락 전환했지만 자치구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용산구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는 집값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용산구는 올해 대통령실 이전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호재로 최근 1년 기준 2.30% 상승했다. 이 기간 서초(2.63%)와 강남(1.65%), 송파(0.27%) 역시 서울 내 핵심지 선호가 이어지면서 강세를 보였다. 강남 3구와 인접한 동작(0.91%)과 강동(0.29%) 역시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는 민간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부동산R114 통계 분석 결과 지난 7일 대비 일 년 전 아파트값 변동률은 용산구 5.05%, 서초구 5.42% 강남구 3.47% 등으로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상승률 1.85%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 내 대부분 지역은 집값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약세를 보였다. 특히 도봉(-2.70%)과 노원(-2.27%), 강북(-2.25%) 등 지난해까지 젊은 층의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 매수가 집중된 서울 외곽지역은 하락의 골이 깊었다. 부동산R114 집계에서도 노원구 0.06%, 도봉구 –0.75% 등으로 나타나 약세를 보였다. 이들 지역은 경기 수원시와 화성시 등 경기지역 낙폭 상위 지역만큼 내림세가 가팔랐다.

실제로 강북 외곽지역 내 실거래가는 2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도봉구 대표 단지인 ‘동아청솔’ 전용면적 84㎡형 호가는 이날 기준 9억3000만 원부터다. 지난 7월 실거래가 10억 원보다 7000만 원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해 7월 신고가인 11억9900만 원과 비교하면 실거래가 기준으로도 약 2억 원 떨어졌다. 또 노원구 중계그린 전용 59㎡형 역시 6억8000만 원부터 시세가 형성됐다. 이는 지난해 5월 신고가 7억5000만 원보다 7000만 원 떨어진 금액이다.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 모습.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서울 집값 상승에 경기 ‘풍선효과’ 옛말…이천‧안성은 ‘불장’

지난 몇 년간 집값이 급격하게 오른 서울을 피해 수요자들이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면서 경기 집값도 함께 올랐다. 하지만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하면서 경기지역 집값도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

경기 아파트값은 일 년 전보다 0.07% 하락했다. 지역별로 보면 같은 도 내 28개 시 중 절반은 오르고 절반은 떨어졌다.

먼저 △이천시(14.24%) △안성시(6.33%) △여주시(4.97%) △평택시(3.38%) △군포시(2.44%) △파주시(1.97%) △부천시(1.89%) △포천시(1.82%) △고양시(1.52%) △안산시(1.05%) △성남시(0.21%) △김포시(0.15%) △안양시(0.08%) △남양주시(0.03%) 등 14곳에서는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일 년 전 대비 아파트값이 10% 이상 오른 지역은 이천시 한 곳뿐이다. 이천시는 지난주 조사에서도 유일하게 아파트값이 하락하지 않고 보합을 기록했으며 일 년 전부터 2주 전 조사까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가격이 상승했다. 이어 안성시, 여주시, 평택시, 군포시가 상위 5곳에 이름을 올렸다.

이천시, 안성시(일부), 여주시 등은 상반기까지도 비규제지역이면서 저평가 된 만큼 수요자들이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천시는 직주근접성과 교통 호재로 인해 아파트값이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해 인구 유입이 늘었고, 여주에서 이천시를 지나 판교까지 연결된 경강선도 개통되면서 아파트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반면 △화성시(-4.07%) △하남시(-2.94%) △광명시(-2.75%) △시흥시(-2.35%) △의왕시(-2.03%) △동두천시(-1.54%) △수원시(-1.53%) △과천시(-1.43%) △의정부시(-1.19%) △용인시(-1.11%) △광주시(-1.10%) △양주시(-0.96%) △오산시(-0.67%) △구리시(-0.04%) 등 14곳의 아파트값은 떨어졌다.

집값이 가장 하락한 곳은 동탄신도시가 있는 화성시다. 일 년 전과 비교해 4% 이상 떨어지며 도 내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하남시, 광명시, 시흥시, 의왕시 순으로 하락률이 높았다.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1기 신도시 ‘일산·산본·중동·분당’ 웃고, ‘평촌’ 울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후로 특별법 제정 및 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1기 신도시는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했다.

일산신도시가 있는 고양시 일산동구와 일산서구는 각각 2.97%, 2.31% 올랐다. 산본신도시가 위치한 군포시는 2.44% 올랐으며 중동신도시가 속한 부천시와 분당신도시가 있는 성남시 분당구도 각각 1.89%, 0.72% 상승했다.

해당 지역들은 재건축 규제 완화 소식에 4~6월 반짝 상승세를 보이며 올해 초부터 이어진 집값 하락장을 버텨냈다.

1기 신도시 지역 중 유일하게 안양시 동안구(평촌신도시)가 0.55% 하락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평촌은 재건축 활성화 기대감에도 4~6월 사이 2주간 0.02% 오르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집값 내림세를 피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떨어진다고 일률적으로 다 떨어지는 게 아니라 지역별 편차가 있다”며 “집값이 늦게 오른 곳일수록 늦게 떨어지는데 경기 이천시나 여주시가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이 지역들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1기 신도시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결국 1기 신도시도 집값을 방어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기준금리가 계속 올라 이자 부담이 늘었고, 집값 상승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최소 1년에서 2년은 부동산 약세장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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