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술·방산에 투자…중국의 기묘한 ESG

입력 2022-09-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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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우선순위 더해진 ‘중국만의 ESG’ 나타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0월 24일 연설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중국에서도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탄소 제로 약속과 빈곤 퇴치 캠페인에 힘입어 ESG 펀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ESG 관련 신규 펀드 중 최소 112개가 최근 20개월 안에 출시됐다. 이는 4년간 출시된 펀드 수의 약 3배 수준이다.

문제는 중국이 ESG를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자산운용사들의 ESG란 공산당의 정치적 우선순위와 밀접하게 관련돼있다. 2060년까지 탄소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기후 목표를 포함하는 동시에 에너지 안보, 농촌 고용, 빈곤 완화와 같은 정치적 목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중국 소재 ESG 펀드 170여 개 중 약 15%가 석탄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나아가 60% 이상의 펀드가 석탄을 대량 소비하는 철강 산업에 투자한다. 중국 최대 백주업체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자사가 추진하는 농촌 고용 이니셔티브로 ESG 투자 대상 중에서도 상위권에 있다.

또 중국 ESG 펀드의 약 10%가 CCTV 제조업체 항저우하이크비전디지털테크놀로지에 투자했다. 하이크비전은 신장 내 무슬림 소수민족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의혹으로 미국의 무역 제재를 받고 있다. 하이크비전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보야 왕 모닝스타 ESG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국가 경제 전략과 ESG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자체적인 ESG 정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ESG 투자에 관한 논문을 쓴 브래드포드 코넬 UCLA 금융경제학 명예교수도 “중국의 ESG는 중국 공산당이 만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의 ESG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시 주석이 2060년 탄소 제로라는 ESG 목표를 발표했던 2년 전만 해도 관련 시장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1년 후 시 주석이 ESG에 빈곤 퇴치 정책을 포함하는 ‘공동 번영’ 의제를 추가하자 해당 목표와 관련된 투자가 ESG란 이름 아래 늘어나기 시작했다.

셜리 수 차이나애셋매니지먼트 ESG 리서치 책임자는 “ESG의 현지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내에선 중국의 산업 발전 수준에 맞게 투자하는 게 맞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은 녹색 건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겠지만 중국 개발자들에겐 여전히 회계 비리, 부패 등이 핵심 문제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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