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노사갈등] ① 파업할 권리 vs 사업할 권리…노동자도 기업도 모두 불만

입력 2022-08-26 06: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지난해 전국 법원에서 파업과 관련된 형사사건 판결 중 절반 이상이 업무방해죄다. (법원도서관 판결문 검색 시스템)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51일간 도크를 불법 점거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노조)에 5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방안을 이사회에서 논의하기도 했다. 청구가 이뤄지면 역대 최대 규모의 청구액이 될 전망이다. 다만, 배상금을 실제로 받아내기 보다는 추후 파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고 차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형법상 업무방해죄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여전히 업무방해죄 등을 적극 활용해 노동자들이 파업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반면, 법 테두리에서 벗어난 파업 때문에 기업들이 실제로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노동자의 파업권을 보장하면서도 기업의 불필요한 손해를 막기 위해 양측을 중재할 중앙노동위원회의 역량을 키우는 등 실효적인 대안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이투데이가 법원도서관 판결문 검색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8월 3일부터 전국 법원에서 선고된 판결을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 파업 관련 형사사건 판결 17건 중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사건은 8건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파업을 이유로 사용자 측이 노동조합원(노조원)을 고소·고발해 이뤄진 사건만 집계한 수치다. 나머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6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2건,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1건이었다.

파업한 노동조합원 개인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사건은 총 8건으로 △손해배상청구 2건 △해고무효 관련 2건 △약정금 1건 △임금 관련 2건 △기타 1건이다.

정당한 권리 주장을 위해 쟁의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적으로는 업무방해죄로 고소·고발돼 처벌받을 위기에 처하고,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 내지 임금이 묶이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 흐름에도 반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파업에 형법을 적용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그마저도 일본은 폭력 행위가 없는 쟁의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 업무방해죄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다.

반면, 기업들은 정당하지 않은 불법 파업으로 입게 되는 손해가 막심하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화물연대 파업과 집회로 입은 직접 피해액은 60억 원, 간접피해액은 100억~200억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진수 작업이 중단되는 등 손실액이 800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측 입장을 중재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법과 원칙 속에서 자율적 대화와 협상을 통한 선진적 노사관계를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 내에서는 노동자의 파업권을 보장하면서도, 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파업은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중노위 중재 단계를 실질화해 노조와 기업 간 갈등이 극에 달하기 전 대화로 풀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무방해죄란

형법 314조는 허위 사실 유포, 위계·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파업을 형법상 처벌하기 위해 많이 사용됐던 조항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