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가장 확실해진 '불확실성의 시대'

입력 2022-08-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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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지역에 기습 폭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이 물에 잠겼다. 도로는 수영장으로 변했으며, 배수구가 역류하면서 건물 주차장과 1층 상가들이 침수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실시간으로 올라온 침수 피해 사진들이 넘쳐났다. 꼭대기만 보이는 자동차 위에 앉아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매년 장마철마다 익숙한 장면이지만, 출근하면서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를 예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2020년 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불확실성의 대표 격이다. 코로나19는 ‘블랙스완(Black Swan)’으로 불리며, 우리 경제와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블랙스완은 기존의 경험을 깨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경제와 사회에 큰 파문을 불러오는 위기 상황을 지칭하는 말이다. 17세기까지 유럽인들은 모든 백조가 희다고 생각했지만, 1697년 네덜란드의 한 생태학자가 호주에 사는 검은 백조를 발견하면서 통념이 깨졌다.

올해 들어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경제 불확실성은 더 심각해졌다.

지난 2월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이주열 총재는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수정 발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상황도 감안했다”라면서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망 수치에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영하기에는 너무 가변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결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면전으로 치달았고, 사태는 장기화하는 중이다. 러시아가 겨울을 앞둔 시점에 유로 지역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을 무기로 에너지 전쟁을 벌일 위험성이 커졌다. 최근 100달러 근방으로 내려앉은 유가가 언제 다시 120달러 이상 치솟을지 모른다.

중국과 대만의 전쟁 위기감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전쟁하는 최악 경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보다 5~10배 더 큰 악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통화 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한은 금통위의 어깨는 천근만근이다. 각종 데이터를 통해 통화정책 방향을 정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워낙 커 조심스럽다.

최근 만난 한은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 상황은 좀 다르다”며 “중국과 대만이 전쟁에 나선다면 미국이 바로 개입하게 되는 형국이라 전면전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렇더라도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올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을 예상했던 전문가들도 많지 않았다.

올해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를 결정은 세 차례 남아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6.3%로 두 달 연속 6%를 기록했다. 한은은 이 수치에 대해 지난달 금통위 당시의 예상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8월 금통위에서는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각종 불확실성이다. 검은 백조가 다시 날갯짓을 한다면 금리의 향방은 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불확실성 시대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서민들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금융당국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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