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총경)들이 사상 첫 회의를 개최하고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이날 참석한 190여 명의 전국 경찰서장들은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이라며 부적절하다는 뜻을 강조했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는 전국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총경 190여 명이 참석했으며 4시간의 긴 논의 끝에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서장을 맡는 총경 계급은 650여 명에 이르며, 이 중 3분의 1 가까이가 회의에 참석했다.
경찰 지휘부의 해산 지시에 불복하고 모인 총경들은 회의 후 입장문에서 “많은 총경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참석자들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덧붙였다.
총경들은 향후 경찰이 국민의 통제를 받는 경찰로 개혁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늘 논의된 내용은 적정한 절차를 통해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후보자)이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전달하겠다”면서 “앞으로 경찰의 중립성, 책임성, 독립성 확보를 위해 경찰청 지휘부와 현장경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경찰이 오직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민의 통제를 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적 개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경찰대 4기)은 기자들과 만나 “(행안부 신설 강행시) 저희가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며 “필요하다면 2~3차 추가 회의를 열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류 서장은 이어 “처음으로 경찰서장들은 신분상 불이익 감수하고 공개적으로 의사 표현을 진행했다”며 “국민들에게도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인권이 언제든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시고 경찰 노력을 성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지휘부는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강행한 점에 대해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한다”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윤 후보자는 앞서 경찰인재개발원장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해산 지시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회의 참석자들은 “행안부 장관의 지휘규칙 제정을 통해 경찰의 중립성과 책임성의 근간이 흔들린다면 결국 국민의 안전도 지킬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에도 모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