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도 비슷한 입장 유지
남미의 대표적인 경제 블록인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이 정상회의를 앞두고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 연설 제의를 거절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1일 파라과이 루케에서 열리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를 앞두고 화상 연설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남미 정상들과 이야기할 기회를 찾고 있던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6일 이번 메르코수르 정상회의 개최국인 파라과이의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대통령을 접촉해 연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성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라울 카노 파라과이 외무부 차관은 "메르코수르는 합의로 결정을 내리는데 회원국들이 지난주 젤렌스키 대통령이 개최국인 우리에 요청한 내용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합의되지 못한 사실을 우크라이나 측에 알렸다"고 말했다.
메르코수르는 1991년 출범한 관세동맹으로 회원국으로는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5개국이 있다. 이들 4개국은 남미 지역 인구의 70%, 국내총생산(GDP)의 68%를 차지한다. 다만 베네수엘라는 2016년 회원자격이 정지된 상태다.
카노 차관은 회원국 중 어떤 나라가 반대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브라질의 반대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언급하며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하기 직전에 모스크바를 방문했으며, 지난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브라질이 필요로 하는 분량의 비료를 계속 공급해줄 것이란 보장받았다고 밝혔다. 또 지난주에는 주요국의 대러 제재와 상관없이 러시아산 경유를 최대한 많이 사들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르헨티나 역시 러시아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2월 초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으며, 같은 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트위터에 러시아를 규탄하는 대신 "모든 당사국에 군사력 사용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월 25일 전쟁을 규탄하는 미주기구(OAS) 결의안에 서명하지 않았다. 반면 우루과이와 파라과이는 서명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 이후 미국과 영국, 한국 등 세계 주요 국가는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7개국(G7),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등 각종 회의에 화상으로 등장해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