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시점이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오미크론의 세부계통 변이 BA.5가 국내에서도 조만간 우세종이 될 것이란 예상에 전 국민 4차 접종이 논의되고 있지만, 변이용 백신이 확보되지 않았단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8511명 증가해 누적 1845만1862명을 기록했다. 이는 1주일 전인 지난달 30일(9591명)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규모로, 더블링 현상이 나타나며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 급증을 겪은 후 안정적인 감소세에 접어들면서 대규모 유행이 다시 일어날 시기는 가을께로 예상됐다. 그러나 오미크론에서 파생된 하위변이 BA.4와 BA.5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재유행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하루 평균 10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미 BA.5 변이가 우세종을 차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BA.5 변이가 미국 신규 확진자의 53.6%, BA.4는 16.5%를 차지했다고 지난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들 변이가 전체 신규 확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는다.
BA.4와 BA.5 변이는 자연 감염이나 기존 백신으로 생성한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이미 코로나19에 걸렸거나 백신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쉽게 재감염될 수 있다. 아울러 영국 보건청에 따르면 BA.5 변이의 검출 증가 속도는 앞서 유행한 BA.2보다 35.1% 빠른 것으로 나타나 전파력이 더욱 강력해졌다.
국내의 경우 BA.5의 검출률이 6월 5주(6월26일~7월2일) 기준 28.2%로 나타나 1주일 전보다 2.7배 늘었다. 방역당국은 BA.5가 국내에서도 우세종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의 재유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4차 접종 대상자를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4차 접종은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60세 이상 국민의 4차 접종률은 31.4%로 그리 높지 않다.
4차 접종에는 기존에 도입한 코로나19 백신이 사용되고 있다. 이날 기준 국내에는 이미 도입된 백신 1876만8000회 분이 남아있다. 하지만 앞으로 우세종이 될 BA.5 변이가 백신으로 생성된 면역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기존 백신을 이용한 추가접종으로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가 불거진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오미크론 변이 원형을 타깃한 백신의 개발을 마치고,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보건당국은 이들 백신을 이용한 추가접종을 논의하는 한편, 화이자와 모더나에 BA.4와 BA.5 변이를 막을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추가로 개량한 신규 백신이 일러도 10월에나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에 가장 먼저 공급될 것으로 보이며, 백신 도입 초기처럼 개량 백신 도입을 위한 각국의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국산 1호 백신을 확보했지만, 이 백신은 변이가 아닌 초기 코로나바이러스를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백신 미접종자를 위한 기초접종(1·2차 접종)용으로 허가돼 추가접종에 사용할 수 없다.
정부는 남은 백신으로 전국민 4차 접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오미크론의 변이들이 점점 진행되면서 (백신의) 감염 예방력은 낮아지고 있지만 위중증 환자의 발생과 사망 피해 감소를 위한 효과성은 계속 유지되는 중”이라며 “지금보다는 4차 접종이 많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