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지수 '주의'… 은행권 잠재 손실 커질 듯
우리나라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주의’ 단계에 진입해 매달 치솟고 있다. 또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빚(신용)이 여전히 전체 경제 규모의 약 2.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다소 더뎌졌지만, 기업부채의 경우 금융지원 연장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맞물려 우리나라 곳곳에서 빚 폭탄이 터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3월 이후 주의단계(임계치 8)에 진입했다. 2월 6.8에서 3월 8.9로 주의단계에 진입한 후, 4월 10.4, 5월 13.0으로 매달 치솟고 있다.
이 지수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4월 잠시 24.5를 찍은 뒤 하락해 작년 6월 0까지 내려왔지만, 하반기 이후부터 다시 오르는 추세다. 금융불안지수는 주식·외환·채권시장, 은행 연체율, 경상수지 및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다.
금융시스템 내 중장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 취약성 지수 역시 여전히 장기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취약성 지수(FVI)는 올해 1분기 52.6을 기록했다. 작년 2분기 59.9, 3분기 58.6, 4분기 54.8 등 꾸준히 하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가계부채 누증, 높은 주택가격 수준 등이 주요 취약요인으로 잠재하면서 여전히 장기평균(37.4, 2007년 이후)을 웃돌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19.4%(추정치)를 기록했다. 전 분기(219.5%)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전체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보다 가계와 기업이 진 빚이 약 2.2배 많았다.
한은은 “민간신용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으나 민간신용/명목GDP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가계부채는 1분기 말 기준 1859조4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4% 증가했다. 다만 증가세는 둔화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168.9%)도 지난해 말보다 2.2%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기업대출은 1분기 말 현재 1609조 원으로 1년 전보다 14.8%나 늘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연장, 원자재 가격 상승, 설비·부동산 관련 투자 확대, 금융기관 기업대출 취급 확대 등의 영향이다.
한은은 금융지원이 끝나면 그간 드러나지 않은 은행권 기업 대출의 잠재 신용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권회사, 보험회사, 여신전문금융사(이하 여신사), 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 역시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각종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2020년 1분기∼2021년 4분기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잠재 신용손실을 예상 손실과 예상외 손실로 구분해 추정한 결과, 코로나19 정책효과가 포함된 경우의 각 1.6배, 1.3배에 이르렀다.
손실이 현실화한다면 국내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최대 1.4%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코로나19 기간 중 국내은행의 대손 관련 적립 수준은 신용손실 분포의 하위 25∼45%에 불과해 예상 손실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손 관련 적립 수준이 신용손실 분포의 상위 75∼95%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국내은행은 잠재 신용손실 현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신용위험평가 기준을 개선하고, 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 적립을 확대하는 등 손실흡수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