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 달 새 기업대출 12조 불어나… 향후 부실 우려
금리 상승 등으로 채권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대출 창구를 두드리고 있다. 치솟는 기업대출이 향후 우리나라 금융·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기업의 예금은행 원화 대출 잔액은 1106조 원으로 한 달 새 12조1000억 원 불어났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증가 폭(12조1000억 원)은 4월 기준으로 2009년 6월 통계가 시작된 이후 두 번째로 컸다.
중소기업 대출이 7조8000억 원, 대기업 대출은 4조4000억 원 늘었다. 특히 중소기업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만 2조6000억 원에 달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기업 대출 추이를 봐도, 최근 급증세를 잘 알 수 있다. 5대 은행의 5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은 668조6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2월 말(635조8879억 원)과 비교해 올해 들어 5개월 사이 32조1750억 원 늘었다.
이처럼 기업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진 데다, 은행의 기업 대출 취급 노력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운전자금이 많이 늘었는데, 화학·의료용 제품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의 기업 대출 취급 노력도 맞물려 기업 대출 증가 규모가 상당 폭 확대됐다”라고 했다.
채권 금리 상승도 기업이 대출로 눈을 돌리게 된 주된 이유다. 이날 3년물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10.3bp 오른 3.651%를 기록하며, 전날 연중 최고치(3.548%)를 경신했다. 3년물 금리가 3.6%대로 올라선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향후 금리 상승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여, 기업대출 역시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시중 금리가 급등하면서 가계뿐 아니라 기업 이자 부담도 무시 못 할 수준으로 올랐다는 데 있다.
향후 금리가 더 뛰고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급증한 기업대출 가운데 일부에서 연체 등 부실이 나타나고, 금융·경제 시스템의 위험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 오를 때마다 가계 부담이 3조 원, 기업 부담은 2조7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위험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한 금통위원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기업대출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라며 “기업부문의 잠재부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