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타설 대신 다른 공사 먼저 진행해 피해 최소화
“공기 지연되면 준공·입주 늦어져…주택난 불가피”
화물연대 파업으로 전국 아파트 공사 현장이 멈췄다. 화물연대 파업이 8일째 접어들면서 아파트 원자재인 레미콘(굳지 않은 콘크리트)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일선 공사 현장에선 레미콘을 이용한 골조 공사 대신 내부 전기 공사 등을 먼저 진행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파업이 이번 주를 넘기면 공사는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원자잿값 상승으로 분양가가 한껏 오른 상황에 아파트 공급 차질까지 더해지면 아파트값 급등 등 시장 불안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14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공사 현장은 화물연대 파업 영향으로 지난주부터 레미콘 타설을 멈췄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레미콘 수급이 끊기자 공사 순서를 바꿔 내부 전기 설비공사와 마감 공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골조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재를 비교적 여유롭게 해둔 곳부터 대체 공정으로 돌려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대규모 아파트 공사 현장을 포함한 복수의 건설 현장에서도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내 공사 현장에 레미콘 공급이 지연되자 현장 곳곳에서 공사 중단 조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화물연대 파업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일선 공사장으로 레미콘 공급이 끊긴 것이다. 레미콘의 원료인 시멘트는 특수 차량을 통해 운송되는 데 해당 차량의 절반 이상이 화물연대 소속이다.
특히 수도권은 지방보다 레미콘 수급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레미콘은 건설사가 직접 생산하지 못하는 원자재로 타설을 못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지방 현장은 수급 상황이 낫지만, 수도권은 레미콘 공급이 중단돼 다른 공사를 먼저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당장은 공사 진행에 문제가 없지만, 가뜩이나 원자잿값이 올라 철근이나 콘크리트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로 공급마저 끊기면 사태 악화는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대한건설협회 등 업계 추산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이 다음 주까지 이어지면 대부분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 전국 3000개 규모 주거시설 현장 가운데 60% 이상인 2000개 사업장이 직접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 장마가 시작되기 전 레미콘 타설을 마쳐야 하는 상황에 파업이 길어지면 공사 기간을 맞출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완공 지연으로 주택난마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