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조선 시대 공무원들은 ‘워라밸’이 가능했을까?

입력 2022-06-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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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전경. (픽사베이)

올해 국가직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하락한 42.7 대 1로 집계됐다. 1979년(23.5대1) 이후 최저치다.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 역시 하락세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9급 실질 경쟁률은 22.5 대 1로 조사됐는데, 이는 2001년(19.7대1) 이후 최저치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기 절정에 달했던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점차 시들해지고 있다.

안정적인 직업의 1순위로 꼽혔던 공무원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적은 월급과 과다한 업무량이 손꼽힌다. 워라밸(work-life balance :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상충하기 때문에 어렵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도 퇴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 시대 공무원들은 어땠을까?

2005년 제49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한 뒤 현재 감사원에서 일하고 있는 권기환은 책 ‘조선의 공무원은 어떻게 살았을까?’에서 양반들의 관직 생활을 전한다. 그는 “조선 시대의 양반은 가문의 영광을 위해 과거에 급제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났다”며 “과거는 관료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필수 관문이었다”고 설명한다. 물론 과거에 통과했다고 해서 꽃길만 걸을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현재 공무원의 공식적인 근무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하지만 조선의 공무원들은 지금보다 더 일찍 출근했다. 권기환은 “조선의 관료들은 평상시에는 묘시(오전 5~7시)에, 겨울에는 진시(오전 7~9시)에 출근했다”며 “조회가 있는 날에는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해야 했다고 하니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었다면 출근 전쟁을 치렀을 것”이라고 말한다.

근무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회초리를 맞아야 했고, 출근부에 기록되는 출근 일수는 근무 성적 평가와 승진에 반영됐다고 한다. 근무 태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출근 시간 지키기’는 예나 지금이나 중요했던 셈이다. 권기환은 “근무 태도는 승진 평가에도 반영되는 중요한 것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하루 무단결근을 한 자에게는 태형 10대를 부과했고, 세종 때에는 출근하지 않은 날이 최대 20일이면 파직하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인이 하루 중 가장 고대하는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는 점심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권기환은 “심지어 1409년(태종 9) 윤 4월에는 임금이 ‘대궐 안의 낮 점심을 없애라’고 명령한 적도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새벽에 출근해서 저녁 6시경까지 오랜 근무를 했던 당시 관료들에게 배고픔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고 전한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일부 관료는 하인에게 몰래 점심을 싸 오도록 했다고 한다.

이른바 ‘100세 시대’로 불리는 현재 공무원의 정년은 만 60세다.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 훨씬 짧았던 조선 시대에는 70세까지 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었다. 권기환은 “그러나 그것은 규정일 뿐 임금이 은퇴하지 못하게 막고 계속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며 “결국 중요한 건 임금의 마음이었다”고 말한다.

봉급은 생계를 겨우 꾸릴 정도였다. 권기환은 “관료 중에는 적은 봉급을 받으면서도 청빈한 생활을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리대금업까지 하며 돈만 밝히는 탐욕스러운 탐관오리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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