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게으르다는 죄책감은 사회가 만든 허상… ‘게으르다는 착각’

입력 2022-05-0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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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웨일북)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인 데번 프라이스는 최근 출간한 책 ‘게으르다는 착각’에서 게으름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역설한다. 이제는 자신과 삶을 돌볼 여유를 가지는 것이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과장해서 말하면, 게으름은 현대인들이 가져야 할 필수적인 삶의 태도인 셈이다.

자신을 ‘생산적인 사람’으로 생각했던 프라이스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항상 피곤하고, 버거워하고, 자신에게 실망한다. 아무리 애써도 부족하다고 확신한다”며 “아무리 많이 성취해도 혹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만족감이나 마음의 평화를 느낄 만큼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고 여긴다. 그래서 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게으름을 ‘죄’로 여기며 자신을 채찍질했던 프라이스는 어느 날 심잡음과 악성 빈혈을 얻게 된다. 해법은 단 하나였다. 쉼이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빈둥거리기란 괴로웠지만, 업무 회의를 건너뛰고 강제로 쉬었다”며 “일과 병 사이에서 줄타기도 하지 않고,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많은 일을 하면서 ‘게으름’에 대해 사죄하는 짓도 그만두었다”고 설명한다.

피곤하고 소진된 사람들은 수치스러운 내면의 악인 ‘게으름’과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그보다 기초적인 욕구를 가진 것을 비난하는, 요구가 과도하게 많은 일중독 문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몸이 알리는 경고를 무시하고 자기 비난으로 자신을 괴롭히며 벼랑 끝으로 몰고 갈 필요가 없다. 휴식의 필요성을 부정할 필요가 없다. 게으름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게으름은 없다.

프라이스의 설명처럼 게으름을 죄악시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그는 이를 ‘게으름이라는 거짓’으로 명명한다. 그에 따르면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쉬는 것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며, 생산적이지 않은 사람은 생산적인 사람보다 내재된 가치가 적다는 사회문화적 신념 체계다.

그는 “게으름이라는 거짓이 주변에 만연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연구자로서 게으름의 역사와 생산성에 관한 최신 심리학 연구들을 심층적으로 조사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일한 시간이 아니라 일의 질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내 가치를 몇 시간 동안 일했는지와 연결해 생각하지 말고, 일의 결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달에 내가 달성한 것 중 진심으로 자랑스러운 일은 무엇인가?”, “오래된 과업을 처리하는 더 효과적인 방법을 발견했는가?”,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일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하도록 어떻게 지원했는가?” 등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이를 통해 나의 업무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내가 어떤 역할이나 조직에 맞도록 성장했는지 거시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지 ‘생산적’이라고 여기지 않는 일들에 대해서도 나의 공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결국 무언가를 하는 행위로 수렴한다. 말장난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자신이 게으르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자. 프라이스는 “이런 식으로 일을 바라보면, 아무 결과도 낳지 못하는 스트레스만 가중하는 반복적인 과업이 아닌 당신을 성장하게 하고 의미가 있는 일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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