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제는 인간중심주의를 '다르게' 생각할 때

입력 2022-05-0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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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픽사베이)

‘원 헬스(One Health)’는 인간과 동물, 환경이 다 함께 건강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타자(他者)가 안전해야 나도 안전하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건강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생(共生)과 상생(相生) 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 원 헬스는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던진 가장 중요하고 무거운 화두다.

의료윤리학자인 김준혁은 최근 출간한 책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에서 근대적 개념의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한다. 근대적 개념의 ‘인간’에는 비서구인,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 어린이와 노인 등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김준혁은 앞서 언급한 사회적 약자를 초청하는 탈인간중심주의를 역설한다.

탈인간중심주의를 설명하기 위해서 저자는 미국의 정치학자 제인 베넷(Jane Bennett)의 주장을 활용한다. 저자에 따르면 베넷은 정치가 인간 단독의 영역이라는 생각에 반기를 든다. 사물이 직접 정치적인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베넷의 주장이다. 인간과는 별개로 살아 움직여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물의 능력인 이른바 ‘사물-권력(thing-power)’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예를 들어보자. 김준혁은 코로나19 최초 유행지를 탐지하려는 시도는 유익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보다는 온난화가 초래한 박쥐 서식처의 변화, 야생동물을 포획해 판매하는 시장, 지역 당국의 바이러스 봉쇄 정책 실패, 전 세계를 연결하는 항공망의 존재, 마스크 착용을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역사‧문화적 영향 등을 동시에 살펴야한다고 말한다.

▲(출처=반비)

그는 “이 중 하나라도 빼놓는다면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제대로 해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설명에는 인간적 요소만 개입하는 것이 아니다”며 “동물을 포함한 비인간 생명, 더 나아가 생명의 경계에 놓여 있는 바이러스, 그리고 마스크 등의 사물이 코로나19 방역이라는 정책적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김준혁은 비인간(동물, 사물, 환경)에 대해 인간을 중심에 놓는 사고 양태인 인간중심주의를 이제를 다르게 살펴볼 때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중심주의가 대두하던 시대의 인간은 자유인, 서구 백인, 남성, 비장애인, 귀족, 신사(교양 교육을 받은 자)를 뜻했다”며 “노예, 비서구 유색인,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 평민, 교육을 받지 못한 자는 인간이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인간중심주의의 ‘인간’을 비판하고, 그동안 배제되었던 인간들을 적극적으로 초청하고 환대하는 일이다.

저자는 “의료에서 포스트휴머니즘이란 ‘우리’를 살리기 위해 희생되어온 ‘그들’의 목소리를 드는 것”이라며 “원 헬스의 주장을 철학적 차원에서 다시 점검한다면, 그동안 인간을 위해 희생되어온 동물과 환경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그들의 외침을 이제는 들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끝으로 그는 “비인간 또는 소수의 희생이 필연적이라고 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그 희생은 어떻게 보상할 수 있는 살펴야 한다. 다수에게 이득이라는 말로 희생을 용납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코로나19의 출구 전략을 고려할 때도 다양한 삶이 서로 존중받을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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